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 대한 추억은 각별할 것이다. 비록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한 반쪽짜리 대회였지만 작은 공 하나로 한 나라가 똘똘 뭉쳤다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대한민국은 온통 하나였다. 허름한 선술집에서도, 엄숙한 중역회의 석상에서도, 만나기만하면 논쟁을 일삼는 여의도 의정단상에서도 오직 하나로 뭉쳐 들떠있었다.

축구공이 만들어 내는 요술 같은 세상이었다. 대한민국은 어쩌면 당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나라보다 더 행복에 겨워했다. 행복했던 당시의 요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대표팀이 4강이라는 막강한 실력을 과시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비해 지금 진행 중인 브라질월드컵대회는 싱겁기 짝이 없다. 기대를 했지만 우리나라 대표 팀이 일찌감치 16강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하고 귀국하자 새벽잠 자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터라 졸전을 벌이고 돌아온 대표 팀에 대한 눈초리가 날이 갈수록 따갑다 싶더니 결국 감독 스스로 자리를 뜨고 말았다. 뭐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할 필요가 있겠냐 싶었지만 이것저것 따져 본 감독 스스로 판단했으니 가타부타 따질 일이 아닌 성 싶다. 책임질 일이 있다싶으면 어느 시점에서 딱 미련을 접고 자리를 뜨는 게 좋게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물론 일도 못해보고 책임만 지고 물러나는 고관대작 감들이 심심찮게 속출하고 있다. 그들에게 씌워지는 굴레는 과거의 행적이다. 과거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 드러난 까닭이다. 과거에 책임졌어야 할 일을 감추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어찌 보면 국민으로서는 다행인지도 모른다. 과거가 분명치 못한 인물이 정책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기에 그렇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팀을 이루어 유능한 감독지휘 하에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했다면 2004년 7월의 대한민국은 또 한 번 하나로 뭉쳤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축구실력은 2002년과 달랐다.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것은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범국민대통합을 위한 기구도 만들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실적을 냈는지는 모른다. 그게 수자로 기록되는 것도 아닐 터이다. 미사여구로 분식하기도 낮 뜨거운 일이 것이다.

도무지 새 정권출범 후 국민을 하나로 묶을 만한 주제가 없었다. 출범직후 불거진 부정선거시비에서부터 작금의 세월호침몰사건 까지 대한민국은 정체성마저 상실한 집단 같아 보였다.

바깥세상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허우대가 세계를 향해 표호하고 있다. 우리가 정신 차린 것은 중국의 손짓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진평의 방한이 계기가 되어 우리는 우리의 위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던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자중지란에 매몰되어 있었다.        

이제 서둘러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중 가장 시급한 부문이 역시 서민경제 즉 서민의 살림형편을 보듬고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경제수장을 새로 앉히는 즈음에 이르렀다.

그가 취임 전에 앞을 내다보고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향후 전개될 경제정책의 골간이어서 경제주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과제 중에도 서민생활형편이 나아지게 하려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꼽았다. 물론 방법론이야 취임 후 내놓겠지만, 서민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제일 먼저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새 경제수장이 들어온다고 대한민국경제가 하루아침에 벌떡 일어날 일은 아니다. 다만 세계경제에 대한 각국 전문가들의 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우리 특유의 경제적 경험과 국민적 성향을 결합한 묘수를 찾아낼 수는 없을까하는 바램이다.

작은 공 하나로 대한민국을 떠오르게 했던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우리를 꿈틀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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