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라이프/ 김가람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걸어서 세계 속으로'는 기본적으로 PD 혼자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현지에서 도와주는 이는 코디네이터뿐. 30시간의 비행시간에,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서 카메라 7대 이고지며 2주 동안 촬영은 물론 그 와중에 드론도 날리고, 탱고 축제에서 춤도 배우고 현지인들이 건네는 술도 받아 마신다. 물론 술에 취해도 영수증은 잃어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러한 속사정은 토요일 아침 들려오는 경쾌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시그널 음악에 모두 묻혀버린다.

매끄러운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이야기는 삭제된다. 이 잘라내야 했던 시간들을 모으는 것에서 책은 시작한다.

이 책엔 장면과 장면 사이 웃고 울었던 여행자의 표정을 담았다.

화면 밖의 시간을 걸으며 휘청댈 때 손 잡아준 이들의 이름을 적었다.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건넸다가 “이런 건 됐으니 다음에 카메라 두고 놀러 와요”라는 말에 눈물을 쏟은 순간들을 기록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출장을 여행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언제나 그곳에서 함께한 이들이었다.

여기에 더해 회사에서 연차 다 쓰는 PD로 알려진 저자의 지금이 있기까지 영향을 주었던 가족과 친구와의 여행, 혼자 한 여행의 모습을 더했다.

사실 이 책은 여행기를 가장한 한 사람의 일생과 일상이 녹아있는 책이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인턴, 취업, 사랑, 결혼, 커리어, 부모님, 친구 이야기가 ‘여행’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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