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웹젠·카카오게임즈에 저작권 침해 소송 제기
넥슨, '다크앤다커' 데이터 유출 의혹에 형사 고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른 저작권 소송에 홍역을 앓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과 입장은 제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 주된 쟁점이 되고 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지식재산권)를 지키기 위한 게임사들의 양보 없는 공방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키에이지 워' 대표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대표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엔씨-카겜, ‘리니지 라이크’ 두고 정면충돌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의 퍼블리셔·개발사인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아키에이지 워 개발사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과거 엔씨에서 리니지를 개발했던 인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씨가 카카오게임즈뿐 아니라 게임업계에 만연한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시리즈의 특징을 모방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을 일컫는 단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5일 엔씨소프트는 서울중앙지법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클래스(직업)와 무기, PvP(이용자간 대결), 사냥 편의시스템(타깃 스캐닝), 아이템 강화 시스템. UI 등에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능이 게임 플레이 경험과 수익모델(BM)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자사의 IP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엔씨는 IP 보호를 위한 노력과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씨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씨 측의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으며 추후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모바일 코어 MMORPG 이용자 층의 플레이 환경을 고려해 대중적인 방식의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을 통한 캐릭터 성장 및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주장했다.

엔씨가 타 게임사에 리니지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웹젠이 출시한 MMORPG ‘R2M’이 자사의 2017년 작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까지 1심 결과 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소송 진행 과정에서 웹젠 측은 엔씨가 요구하는 부분들을 업데이트 형식으로 수정해 분쟁이 될 만한 요소 일부를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앤다커’ 대표 이미지. <사진=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대표 이미지. <사진=아이언메이스>

넥슨 VS 아이언메이스, 데이터 유출 진실공방

국내 인디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만들어 4차 알파테스트를 진행해 유저들의 주목을 받은 PC 게임 ‘다크 앤 다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개발하던 'P3'가 다크 앤 다커의 원작이며 일부 징계해고된 넥슨 개발자들이 회사를 설립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P3는 2020년 7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시작한 신규 프로젝트로 리더 A씨가 소스코드와 빌드 등을 포함한 수 천개의 파일, 대부분의 프로젝트 개발정보를 개인 소유의 외부 서버에 무단 반출했다. 이어 A씨는 P3 프로젝트 구성원 전원에게 외부 투자 유치 등을 언급하며 집단 퇴직 후 외부에서 함께 P3 프로젝트와 유사한 게임을 출시하자고 제안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넥슨은 같은 해 8월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 현재 수사 진행 중이다.

아이언메이스는 도용과 관련해 “다크 앤 다커는 시작부터 아이언메이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고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가 없다”며 “시작 단계부터 모든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고 날짜 별 빌드 영상 또한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분쟁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아이언메이스 설립 과정에 하이브IM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이언메이스가 배포한 입장문 메일의 수신자 내지 참조인의 이메일 주소가 하이브 및 계열사 임직원이 사용하는 도메인인 '@hybecorp.com'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브IM은 “아이언메이스 설립 당시 초기 투자자 중 하나가 하이브IM이라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이브IM을 비롯해 하이브 및 하이브 관계사들은 아이언메이스에 투자를 진행한 바 없다”며 “작년 말부터 아이언메이스와의 협업 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은 사실이나 최근 협업 논의를 철회했다”고 전면 부인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양사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크앤다커는 현재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삭제되면서 퇴출 위기에 처했으며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을 상대로 강한 반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캐시카우 위한 IP 보호 움직임

게임사들이 자사 IP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 적극 나서는데에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기 IP를 갖춘 것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하나의 IP로 차기작을 만들거나 펀딩 프로모션, 웹툰과 굿즈 제작 등 2차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IP를 내세운 사업 다각화로 게임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용도로 IP의 가치가 높아지며 저작권 보호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사를 대표하는 IP를 확보하면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질적인 표절 논란이 꾸준히 불거짐에따라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게임은 비슷한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침해’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분야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국회에서는 게임 저작권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사무국의 인력 증가와 중재기능, 직권조정기능, 집단분쟁조정기능 등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2소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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