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안전’ 강조 전고체 배터리 소개 집중
소재 신기술 공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도 주목

'인터배터리 2023' 내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인터배터리 2023' 내부 전경 <사진=현대경제신문>

[현대경제신문 유덕규 기자]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인터배터리 2023’이 개최됐다. 올해 11번째를 맞은 인터배터리는 배터리(이차전지)와 배터리소재, ESS 등에 적용된 최신 기술과 제품을 찾아볼 수 있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다. 배터리 산업에 대한 시장 관심을 반영하듯 행사장에는 수 많은 인파들로 가득찼다. 특히 올해는 477사 1400부스 규모로 참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97개사(677부스) 참가와 비교하면 104%나 증가했다. 사전 등록자 수도 3만 4851명을 기록, 지난해 9623명에 비해 3배가 넘는 이들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해외에서도 16개국에서 1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했다. K-배터리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편집자주]

2023 인터배터리는 ‘모든 것과 연결된 배터리’란 주제로 개최됐다. 특정 장치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행사장선 원재료부터 부품, 장비, 애플리케이션, 재활용·재사용 사례 등 여러 다양한 배터리 신제품과 신기술이 소개됐다.

K-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역대급 규모의 부스를 확보, 각사의 배터리 신제품 및 향후 개발 계획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한편 국내 배터리 산업 전망 관련 업계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최근 몇년 간 자국 시장을 독식한 중국 업체들에게 밀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수치는 다소 낮아졌으나,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 등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 '전고체 배터리' 포함 차세대 배터리 선보여

“현재 기술력으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배터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이차전지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 대용량 구현이 가능하며,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라 발화 가능성도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손꼽힌다.

효율과 안전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반영하듯 이번 전시에서도 관련 제품 소개가 줄을 이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에 들어갈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진=현대경제신문>
포드 머스탱 마하-E에 들어갈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진=현대경제신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리튬황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주력으로 선보였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 증대와 함께 배터리 화재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새로운 배터리 개발을 위한 수요는 이미 시장에 차고 넘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같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최적의 대안으로 받아드려 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의 가연성 액체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 자체가 고체라 구조적으로 단단해 훼손 우려가 적고 화재 안전성도 높다고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리튬황배터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당 배터리는 양극 소재로 황을 음극 소재로 리튬 을 활용, 양극재로 코발트를 사용하는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삼원계배터리) 대비 제작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엔솔은 리튬황배터리를 리튬이온배터리에 비교해 리튬 밀도를 낮추고 무게당 용량을 키워,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에너지밀도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엔솔은 ESS(에너지저장장치)존에서 LFP(리튬인산철)배터리도 공개했다. LG엔솔은 LFP배터리 관련 포드 머스탱 마하-E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폴란드 공장의 포드향 배터리 생산라인 규모를 2배 이상 증설하고 공급 물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LG엔솔은 전기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루시드모터스의 루시드 에어도 선보였다. 이 모델에는 이 회사의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삼성 SDI 무음극 기술 소개

삼성SDI의 경우 이번 전시회에서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배터리는 물론 버튼 배터리 등 가장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유형을 전시했다.

삼성SDI 부스에는 P5각형 배터리가 채택된 BMW의 ‘뉴 i7’과 21700 원통형배터리 2만 8000여개가 탑재된 볼보트럭의 ‘FM일렉트릭’이 전시됐다.  삼성SDI의 P5 각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에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더해져 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각형 배터리는 BMW 사의 '뉴 i7' 외에도 'iX', 'i4' 등 전기자동차에도 탑재되고 있다.

21700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앞서 나온 P5배터리보다 더 높은 니켈 함량을 가지고 있다. 니켈 함량 91%의 하이니켈 양극재가 적용됐으며, 상용 트럭 탑재를 위해 고출력, 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

또한 삼성SDI는 전사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무음극(Anode-less) 기술 활용 전고체 배터리를 함께 소개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의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 시제품 샘플 제작을 시작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SK온의 차세대 배터리 소개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SK온의 차세대 배터리 소개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SK온 각형배터리 공개, 공급처 다양화 예고 

SK온 역시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 고집에서 벗어나 각형배터리·코발트프리(Co-Free)배터리·LFP배터리·전고체배터리 등 시장 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배터리 유형들로 행사장 부스를 가득 채웠다.

특히 SK온은 개발을 맞춘 각형배터리 공개에 집중하며 공급처 다양화 의지를 내비쳤다. 코발트프리배터리의 경우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 중 가장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과 망간을 더 넣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제품이다. 이번에 소개된 LFP배터리 시제품은 저온(-20°C~0°C)에서의 주행거리를 10~40% 올린 점이 특징이다.

SK온은 타사와 마찬가지로 차세대 배터리로 연구 중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품도 소개하며 무엇보다 '안전'을 내세웠다. SK온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안전한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고분자·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시제품을 소개했다.

아울러 SK온은 배터리 원료부터 생산, 충전, 폐배터리 회수, 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 전 밸류체인에 이르는 넷제로 비전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집중 전시했다. 

배터리 소재기업, 첨단 신기술 공개

배터리소재기업인 SK넥실리스·포스코케미칼·고려아연 등은 이번 행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을 선보였다. 

포스코케미칼은 다양한 양·음극제 제품과 '원료-소재생산-리사이클링'에 이르는 밸류체인, 차세대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하이니켈 NCM·NCMA·NCA 양극재는 물론 보급형 전기차용 LFP 양극재와 값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과 망간의 비중을 높인 코발트프리·하이망간 양극재도 선보였다. 음극재 분야로는 차세대 소재로 개발 중인 실리콘 음극재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전고체 배터리용 고성능 양극재와 리튬메탈 음극재 기술 개발 현황, 포스코그룹이 개발한 멀티머티리얼(Multi-Material) 배터리팩도 볼 수 있었다.

고려아연의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고려아연의 부스 <사진=현대경제신문>

고려아연은 배터리 소재 광물을 채굴부터 제련, 양극·동박 생산, 배터리셀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소개하는 대형 모형을 전시했다.

또한 제련 사업을 통해 구축한 광산사업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원료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과정 또한 소개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는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자체 제련해 공급하고 정광에서 중간재까지 다양한 니켈 원료를 가공해 황산니켈 및 전구체 등 제품까지 만들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대형 동박 제품 실물을 전시했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지지체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이동 경로일 뿐 아니라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주목 받아 

이번 전시회에서는 최근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폐배터리 순환체계 구축 과정도 집중 소개됐다. 

현재 국내에선 대형 배터리 3사 외에도 포스코·LS 등 여러 기업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참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케미칼은 자사 부스에 2035년 배터리소재 탄소중립 로드맵, 책임광물 관리, 배터리소재 환경성적표지 인증 획득 등의 ESG 경영 성과도 그래픽과 QR코드를 활용해 소개했다.

LS는 LS MnM을 통해 폐배터리를 재활용 니켈,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원료를 만들 계획이라 소개했고, 최종적으로는 전구체 생산까지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LS MnM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수명이 끝난 폐배터리를 가지고 안에 있는 유가 금속들을 전처리와 후처리 습식 공정을 통해 유가 금속들을 회수할 것”이라며 “이렇게 회수된 원료들을 가지고 전구체까지 생산하는 설비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기차 수명은 10년이다. 사용하다보면 2년 내지 3년을 더 사용한다고 해도 오는 2028년부터 2030년에는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것”이라며 “재활용된 원료의 재사용량이 2030년엔 3%, 2035년엔 5%로 비율을 점점 늘리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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