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미 16위 SVB 은행 파산
미국 정부 공동 대응 나서 위기 진화
SVB발 증권업계 금리인상 제동 기대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미국 실리콘벨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고조되던 국내 주식시장의 위기감이 미 재무부의 SVB 예금 보장과 UAE펀드의 SVB 해외법인 인수 추진 등으로 한차례 고비를 넘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국내 주식시장은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7% 상승한 2,410.60에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04% 상승한 788.89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장 후반 매수로 전환해 179억 순매수했고 코스닥 시장에선 1,448억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 반전을 이끌었다.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3,075억 순매수했고 코스닥 시장에선 600억 매도세를 보였다.

가시화된 금리 인상 후폭풍 16위 은행 파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날 주식시장은 개장 전부터 지난 10일(미 현지시간 기준) SVB 파산으로 위기감이 감돌았다.

SVB는 미국 16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으로 미국 벤처 기업 역사와 함께한 실리콘밸리의 간판 은행이다. 1983년 창립 후 실리콘밸리 지역 혁신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초저금리 시대 도래와 IT 산업 호황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SVB를 비롯해 SVB증권, SVB캐피탈, SVB프라이빗 등이 계열사를 이루고 있으며 설립 후 2021년 말까지 3만개 이상 벤처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평균 투자 회수율이 40%에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과 수익성 악화에 대처해 8일 증자계획을 발표했으나 대량 예금인출사태(bank run, 뱅크런) 발생해 증자가 무산됐다. 이에 10일 미국 금융당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호 절차에 돌입했다.

SVB의 파산에 결정적인 이유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 경색과 채권가격 폭락이다.

SVB는 풍부한 예금을 바탕으로 미국 국채와 에이전시 채권(MBS)에 투자해왔다. SVB 총자산 중 만기보유증권(채권)의 비중은 14.4%에서 46.5%로 급등했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주 고객인 벤처캐피탈과 신생 기업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SVB에 예치한 예금을 인출해 유동성을 해결했고 SVB는 결국 보유 채권을 헐값에 팔아야 했다. SVB는 지난 8일 예금 지급을 위해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 상당량을 팔면서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

불안해진 기업들이 예금 대량 인출을 시도했고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 인출 시도가 있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8일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발표한 후 불과 40여시간만이다.

화들짝 놀란 미국 정부 발 빠른 대응으로 진화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에는 위기감이 돌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현지시간으로 12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한다고 발표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연준과 FDIC의 권고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받았다. 다만 주주,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정부는 "SVB 예금주들은 13일 월요일부터 모든 자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납세자들이 SVB 손실과 관련해 책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 빠른 조치는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의 발 빠른 진화와 함께 SVB와 SVB 해외법인 인수설과 같은 호재도 이어졌다.

현지시간으로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최고 왕족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로열그룹’과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가 출자한 영국 ‘오크노스은행’ 등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 법인 인수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같은 날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트위터가 SVB를 인수하고 디지털 은행이 돼야 한다’는 글에 “나는 그 생각에 열려있다”고 답했다.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와중 국내 증권업계는 이번의 사태가 최근 불거진 미국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실물 경제 둔화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안정의 과정이 경제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연준이 SVB 실패를 계기로 갑자기 완화적으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0.50%포인트 인상, 6% 기준금리 리스크는 낮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실물을 압박해 통화 긴축이 과도했음을 드러내 줄 것”이라며 “연준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일시적이나마 유동성 재공급을 고려할 수 있고 이는 시장에 완화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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