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계약학과 등록포기율 155%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관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심한 불황 속에도 성과급 지급, 계약학과와 취업 프로그램 확대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충원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주요대 반도체 학과에 최초 합격한 학생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지만, 타 대학 의약학계열과 중복 합격한 경우가 많아 대규모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시 추가모집 시작 직전인 지난 17일까지 대기업과 연계된 반도체학과의 올해 정시 1차 합격자 등록포기율은 모집인원 대비 155.3%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전체 등록 포기율(33.0%)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록 포기율은 130.0%였다.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고려대 반도체학과와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록포기율은 각각 72.7%, 80.0%였으며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275.0%에 달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실적 부진에도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연봉의 50%를 초과이익 성과급으로 받았고, SK하이닉스도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인력 이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도 각 사별로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및 공급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비롯해 현재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10개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5개가 반도체 분야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hy-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KAIST, 포스텍 등과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 협약’을 맺고 협업하는 등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산학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이같은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는 지난 2021년 17만 7000명에서 2031년 30만 4000명까지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매년 직업계고와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약 5000명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수 인재들의 반도체 업계 비선호 현상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구인난이 업계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