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지속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집중
M&A·포트폴리오 확대 적극 추진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위기 속 기회를 찾는다. 지난해 금리인상기를 맞아 커진 예대마진으로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금융그룹들은 올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가 지속되고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위기의 파고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어려운 영업환경을 기회로 삼기 위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며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편집자주]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왼쪽부터). <사진=각사>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왼쪽부터). <사진=각사>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시장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 심화, 경기침체 전망에서 파생된 건전성 이슈 등으로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 예상됨에 따라 위기에 견딜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강화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지난 한 해 뜻 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더욱 험난한 환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글로벌 위기의 폭풍이 거세고, 3高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그룹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고 공감과 공유를 바탕으로 서로 협업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올해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한다”며 “강대국의 패권경쟁은 격화되고 있고, 글로벌시장의 자국우선주의는 공급망 교란, 기후 위기 등 산적한 과제를 더욱 난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데 하나금융그룹은 지속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고, 이같은 인지부조화로 말미암아 우리는 위기를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하나금융그룹 내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를 생각해볼 때이다”고 지적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겨울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결국 지나면 봄이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듯이, 위기를 잘 버티고 이겨낸다면 더 큰 기회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내실경영을 하되, 그 뒤에 따라올 기회 또한 즉각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엔진의 피봇(Engine of Growth Pivot)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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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업의 경쟁력이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비(非)은행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일부 금융지주들은 올해 입수합병도 적극 추진한다.

윤종규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적 운영모델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며 “먼저 사업부문별 내실 있는 성장과 수익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비우호적이고, 불확실한 시장 환경을 감안해 각 사업 부문별 전략방향을 사전 정립하고 핵심사업을 끈덕지게 추진해 사업부문별 수익모델을 고도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본시장과 자산운용 부문에서의 전방위적 체질개선을 통해 그룹의 투자·운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금융상품 ‘중개·판매’에서 ‘자산관리·운용’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산운용 분야에서의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용병 회장도 “‘기본기에 충실한 효율적 성장’을 위해 그룹사 별 핵심 비즈니스 라인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권별 시장지위를 제고하면서 환경·트랜드 변화에 따른 신시장 발굴 및 선점, 효율적 자원배분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함영주 회장 역시 “기업금융(IB), 외국환, 자산관리, 캐피탈, 신탁 등 우리가 잘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손태승 회장은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증권·보험·벤처캐피털(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글로벌·디지털 경쟁력 강화 주문

국내 금융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확대도 꾸준히 추진한다.

윤종규 회장은 “동남아 시장에서는 주요 거점의 경영정상화와 벨류 업(Value-Up)을 통해 글로벌 영업기반을 안정화하고 계열사의 동남아 네트워크를 추가로 확장해 ‘동남아 현지 주요 금융그룹’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선진국 시장에서는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주요 거점을 대형화하고 국내 고객의 해외투자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한편, 선진금융사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그룹의 강점인 글로벌 부문의 채널별 성장과 M&A 성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2030년까지 현지화 강화를 통한 글로벌 이익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함영주 회장도 “국내에서 잘 하고 있는 IB, 자금, 자산관리 등 우리만의 강점과 노하우가 명확한 분야를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해 핵심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를 반영해 단순히 투자 유망지역이 아닌, 지역별, 업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M&A와 디지털 금융을 통한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며 글로벌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회장은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이자 이미 치열한 경쟁시장인 자산운용 및 관리, 연금시장, 기업투자은행(CIB), 글로벌 분야는 2023년도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사업은 동남아시아 법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등 효율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도 가속화한다.

윤종규 회장은 “‘금융플랫폼’을 넘어 ‘일상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지배영향력을 확장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질적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계열사 앱들과 상호연결하고 통합해 ‘슈퍼 앱(Super App)’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KB 지갑(Wallet), KB 페이(Pay)와의 연계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속 금융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용병 회장도 올해 전략적 투자·제휴를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며 ‘신한 디지털 유니버스’를 완성한다는 각오다.

함영주 회장은 “디지털 금융을 혁신해야한다”며 “혁신은 거창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손님들이 보다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하고, 직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고 영업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지식과 기술력은 과감한 제휴와 투자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쉽으로 보완하고,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디지털 영역 개척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손태승 회장도 “지난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 재창업’을 선언했던 우리는 올해에는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확장’ 전략을 추진한다”며 “고객 접점이 풍부한 은행과 카드는 디지털 플랫폼의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연계성을 확대하는 등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그 기능을 대폭 확장하여 비대면 고객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그룹들도 테크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인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금융의 핵심 미래기술 분야는 업계를 선도하고,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블록체인 등 다양한 혁신기술들도 신사업 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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