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 아니 에르노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자신의 삶을 이용해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든다고 강조해온 저자의 책 속에서도 ‘기억 속 사건’으로만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을 담았다.

1958년, 열여덟 살의 나이로 겪은 남성과의 첫 경험은 저자에게 오랜 세월 써야만 했고 쓸 수 없었던 미완의 프로젝트였다.

인생의 한 시기에, 사랑을 알고 싶고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했던 여자아이에게 쏟아진 수치심과 모멸,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가져온 파장들. 대상이 되어버린 삶의 주체성을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지난한 분투. 글쓰기를 통해 잔혹한 사건을 해체하고 그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집요함과 대범함.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이자 책을 읽는 독자의 기억이 되며 우리의 상처를 환기한다.

한번쯤 1958년의 그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그날을 들여다보고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마침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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