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책임경영 강화, 계열분리는 없을 듯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최고경영진에 합류한 두산과 LS그룹 오너 일가. 왼쪽부터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 총괄 부사장.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최고경영진에 합류한 두산과 LS그룹 오너 일가. 왼쪽부터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대표,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 총괄 부사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형제경영을 넘어 사촌경영을 실천 중인 두산그룹과 LS그룹에서 오너가 3·4세들의 경영진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에선 젊은 피 수혈을 통해 그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대주주 일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 따르면 두산그룹 연말인사를 통해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이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인원 신임 사장은 두산그룹 8대 회장을 지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3남으로 그가 합류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두산가 4세는 8명으로 늘었다.

박승직 창업주에서 출발 박두병 창업회장을 거치며 그룹으로 성장한 두산은 자녀 세대 계열분리 없이 박두병 창업회장 아들 간 형제경영을 이어오다, 집안의 장손이자 오너 4세인 박정원 회장 취임과 함께 사촌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두산가 4세는 박정원 회장을 필두로 그 친동생인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 7대 회장 자녀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 박인원 대표 친형인 박태원 한컴 부회장과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 등이다.

두산과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사촌경영 기업으로 잘 알려진 LS그룹에서도 오너가 3세들의 연말 인사 승진 소식이 이어졌다.

올해 LS에선 구자엽 LS전선 회장 아들인 구본규 LS전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아들인 구동휘 E1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LS일렉트릭 비전경영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LS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동생들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공동 설립한 회사로, 그룹 시작 때부터 사촌경영을 시행해 왔다.

현재는 구두회 회장 자녀인 구자은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2030년 구자은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 6촌간 3세 경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한 구본규 사장과 구동휘 부사장과 함께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등을 차기 그룹 총수 후보감으로 보고 있다.

두산과 LS가 대를 이어 오너일가의 경영진 합류를 통한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대주주 일가 책임경영의 일환이란 평가와 함께 사촌간 경영권 분쟁 방지 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 두산과 LS 모두 박지원 회장과 구자은 회장의 지주사 지분이 다른 오너 일가보다 좀 더 많은 수준일 뿐 10%도 넘지 못해, 단독으로 그룹을 이끌기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두산과 LS 모두 젊은 오너 경영진 합류가 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오너 일가 지분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순차적 경영권 승계를 통해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를 지날수록 복잡한 승계구도 때문에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산업 성장기도 아니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그룹 모두 따로 보단 함께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 보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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