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스텝 예고...국내 부동산 경기 전망 암울
내년 전국 주택가격 3.5% 하락...월세 소폭 상승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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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2022년은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이 사상 최대로 급락한 한 해로 꼽힌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부담이 증가한 탓에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꺾이면서 가격이 상승했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집값 하락세는 청약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으며 미분양이 크게 증가해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을 조기 완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부동산 침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편집자주]

은행 대출 금리 홍보물. <사진=연합>
은행 대출 금리 홍보물. <사진=연합>

고금리 기조 유지...불확실성 지속

집값 하락에는 고금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미국은 식품·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응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 전 세계의 기준금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은행들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82%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일반 신용대출 역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금리 인상 자체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해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은 어두워진 상황이다.

네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내년 국내의 기준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 증대 등에 따른 고환율 지속으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지 않아 국내 고금리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주택 시장 침체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상황별 아파트가격 변화. <자료=주택산업연구원>
경제상황별 아파트가격 변화.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집값 하락세 내년에도 유지 예상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경제변수와 주택수급지수를 고려한 예측모형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내년 전국 주택가격은 3.5% 하락할 것이라 밝혔다.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구입 자금 대출 가구와 건설사의 자금순환 문제가 주택시장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의 본청약이 시작되면서 공급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상승압력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산연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8.5%,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13.0%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한 두 건의 실거래가가 전체 단지의 집값을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가격 변화 움직임을 가장 잘 포착한다는 점에서 체감도와 유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거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져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올해 대비 거래가 회복되면서 최근의 하락폭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올해보다 30% 줄어든 38만호으로 예상했다. 착공과 분양물량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30% 줄어든 점을 감안했을 때 내년 주택 물량 역시 30% 내외로 급감할 것으로 보고 착공과 분양물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매시장 분석에서 서울(65.9)과 경기(86.0)는 공급 부족 지역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경기 등 거시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경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의 본청약이 예정되어 있어 수도권의 공급 부족현상이 일부분 완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초과지역으로 꼽히는 대구(141.1)와 인천(114.4)은 초과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향후 미분양 문제가 심화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모니터링과 공급자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전세가격 전망. <자료=주택산업연구원>
2023년 전세가격 전망.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전·월세 시장도 불안...안정화 절실

전·월세 시장은 매매 수요가 전·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와 전세대출 어려움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으로 전셋값은 떨어지고 월세는 오를 것이라 판단했다.

내년 주택 전세는 전국 4.0%, 수도권 5.5%, 서울 3.5%, 지방 2.5% 등 모두 하락하는 반면 월세는 전국 1.3%, 수도권 1.5%, 서울 1.0%, 지방 1.2%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 한해 기준금리가 인상된 영향으로 전세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매매가격 하락과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하락폭마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가격하락 영향은 내년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하고 그 이후 약보합 전환이 예상된다.

월세가격은 당분간 상승국면을 횡보하는 상황으로 매매 및 전세가격과는 달리 내년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판단되고 임차인의 주거비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따라 공공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 등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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