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연구·조사 대신 수용성 조사 고집
내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에 관련 사업 전무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점 <사진=성현 기자>
서울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점 <사진=성현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장애인 동시 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 결과를 내년도 사업 계획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공개한 영진위의 내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에는 시·청각 보조 장비 지원사업 같은 장애인 영화 관람 편의 관련 신규 사업이 전무했다.

영화 향유권 강화 사업에 편성된 한글자막·화면해설 콘텐츠 제작, 장애인 영화제 지원, 온라인 가치봄 운영 등 장애인 영화 관람 환경 관련 사업 예산도 18억6600만원에 그쳤다.

장애인 동시 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지난 2016년 시·청각 장애인 네 명이 대형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구제 청구 소송 2심 판결의 후속 조치다. 이 조치는 영진위 자문회의에서 결정됐다.

당시 법원은 ‘좌석 300석 이상의 상영관이나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 좌석이 300석을 넘는 경우 상영관 한 곳 이상에서 개방형 혹은 폐쇄형 상영방식으로 모든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1심에서는 원고 승소, 2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모두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전체 상영관 좌석 수가 300석을 넘을 경우 1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횟수의 3% 수준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진위는 일부 장애인 단체의 관련 연구·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련 운영·수용성 조사를 고집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편의를 봐주는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시·청각 보조 장비들을 상영관에 지원하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관련 예상도 편성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대로 화면해설 수신기기와 자막 수신기기를 두 대 이상씩 마련하려면 약 12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예지 의원은 “영진위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며 “수용성 조사까지 진행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면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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