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일성신약 “합병비율-매수가액 잘못돼”
법원 “삼성이 제시한 매수가액 낮다”
주당 5만7234원서 6만6602원으로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이 제시한 주식매수가격이 너무 낮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가액 결정 청구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 삼성물산의 항고를 지난 14일 기각했다.

적정 주식매수가액을 6만6602원으로 결정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결론이다.

이 소송은 건설·상사사업을 하던 과거 삼성물산과 리조트·외식·패션사업을 하던 제일모직이 지난 2015년 9월 합병하면서 비롯됐다.

옛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3.23%를 갖고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던 곳이었고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던 핵심 계열사였다.

삼성은 2015년 5월 이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대 0.35였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증권사들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라간 탓이었다.

하지만 옛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하던 일성신약은 이 같은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며 합병무효소송을 냈다. 또 주당 5만7234원인 주식매수가격도 너무 낮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일성신약의 승리였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는 삼성을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지난 2016년 5월 일성신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5만7234원이던 기존 주식매수가격을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6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이어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돼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합병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특수한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주가를 하락하게 하는 원인이 됐지만, 이것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을 꾸준히 팔아 주가를 낮춘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이 같은 매도가 정당한 투자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절차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고 결론냈다.

이에 삼성물산은 법원에 항고장을 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일성신약이 승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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