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유지 위한 장기적 대안책 마련 필요

HJ중공업의 5500TEU 컨테이너선 <사진=HJ중공업>
HJ중공업의 5500TEU 컨테이너선 <사진=HJ중공업>

[현대경제신문 이소희 기자]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해운사들이 항구의 크기에 상관없이 주요 노선에 모두 투입할 수 있는 중형선박의 발주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총길이 100~300m 미만급 중형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중형조선사가 수주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HJ중공업은 유럽 지역 선주사와 55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조선은 캐나다 선주사 시스팬과 네오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으며, 대한조선도 그리스 컨테이너 운반선 전문 선사인 다나오스로부터 72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호조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형조선산업 2021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조선 수주량은 146척 총 301만CGT로 지난해 대비 110.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형사이지만 중형선박 건조에 참여하는 한국조선해양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166만CGT로 전년 대비 57.9% 늘었고, 같은 기간 중형사의 수주량은 123만CGT로 지난해 대비 285.2% 급증했다.

선종별로는 벌크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수주가 늘었다. 유조선과 제품선 등 중형 탱커의 지난해 수주량은 32척 총 150CGT로 전년 대비 28.2% 증가했다. 중형컨테이너선은 55척(88만CGT)로 2471.0% 급증, LPG선과 LNG선 등 중형 가스선은 23척(45만CGT)로 102.8%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신조선 시장의 컨테이너선 비중 증가에 따라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도 컨테이너선 비중이 2020년 2.4%에서 2021년 29.4%로 확대됐다. 수주 선종 다양화로 탱커 비중은 같은 기간 82.1%에서 49.9%로 축소됐다.

지난해 중형조선사들의 총 수주량은 탱커 46척과 컨테이너선 16척을 포함한 65척(136만CGT)으로 전년 대비 243.7% 증가했다. 수주금액 역시 29억 9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351.4% 급증했으며, 수주잔량은 총 78척(157만CGT)로 전년 말 대비 83.5% 증가한 수치다.

중형조선사들의 호실적 배경에는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과 해상환경규제 대응 수요에 따른 신형 선박 발주 증가 등 글로벌 조선업 호황을 비롯해 코로나19가 발발한 공급망 위기 등 외적 상황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은 대량 운송을 위한 대형선이 주로 수주됐으나 대형선은 선박이 정착할 수 있는 항구와 설비가 갖춰져야 한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변수가 많은 해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어느 노선에나 투입할 수 있는 중형선박이 재평가, 수주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한 물류 대란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며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졌고 작은 항구들도 다닐 수 있는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늘어났다”며 “현재 물동량 증가로 컨테이선 운임이 올라가며 선주들의 선박 수주 역시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망과 관련해 양종서 해외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 시황 호전에 맞춰 주요 중형조선사들이 인수합병에 성공해 경영제체 정비를 마치고 활발한 수주 활동을 전개했다”며 “이러한 양상은 위축된 중형조선사들이 다시 경쟁력을 정비해 산업활동을 증가시키는 희망적인 신호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중형조선사들은 수익성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형조선사들은 지난해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철강재 가격 상승, 저가 옵션계약 발효 등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은 약화됐기 때문이다.

양종서 연구원은 “신조선 시장의 변화로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중형조선업계 내 R&D설계, 영업 등 부분의 협력을 통해 원가 절감, 협상력 강화 등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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