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공동점포 속속 선보여
취약계층 금융공백 해소 기대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은행들의 점포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할 필요성이 커지자 유통사 등 이종산업, 경쟁 은행과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만들거나 자동화 기기로만 구성된 무인점포를 고도화하고 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는 3,079개로 1년 전(3,303개)보다 224개나 줄어 역대급 감소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맞물린 통폐합 전략으로 영업점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 이들 은행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2개, 38개의 영업점을 줄이는데 그쳤지만 2020년에는 222개로 급증했다.

은행들이 점포 줄이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수익성 악화 영향이 크다. 영업점을 유지하는데 인건비와 임대료 등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최근 디지털 전환으로 그동안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처리가 가능했던 업무들을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창구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고 있다.

영업점 폐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점포 폐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점포, 공동점포, 무인점포 등 다양한 대안점포를 마련하며 영업점 실험에 나섰다.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내에 오픈한 신한은행 슈퍼마켓 혁신점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내에 오픈한 신한은행 슈퍼마켓 혁신점에서 고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유통사와 손잡은 은행들

이종산업 중에서는 오프라인 점포가 많은 유통사와의 협업이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손잡고 미래형 혁신점포를 구축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GS편의점 안에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은행업무를 이용할 수 있는 혁심점포를 오픈했다. 신한은행은 미래형 혁신점포에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계좌신규, 카드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금융권 최초로 슈퍼마켓 내 혁신점포를 오픈했다. 신한은행은 GS 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내에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를 설치했다.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은 건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일 내점 고객 2,000여명이 넘는 대형 점포로 대학교라는 지역 특성상 2030 고객이 주로 내점한다.

하나은행은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과 손을 잡고 지난해 10월 서울시 송파구 소재 CU마천파크점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디지털 혁신 채널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CU마천파크점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사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로 구성했다.

스마트 셀프존에는 은행 상담원과 화상 상담 연결이 가능한 종합 금융 기기 STM(Smart Teller Machine)과 현금지급기(CD, Cash Dispenser)가 각각 1대씩 설치돼 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기존 ATM 업무 외에도 영업점을 방문해야 처리할 수 있었던 금융거래를 위한 신분확인 및 바이오 인증,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등 50여가지 업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은 화상 상담 연결이 필요한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24시간 이용 가능하며 업무 수수료도 일반 은행 365코너 또는 영업점에서 수취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이마트와 함께 이달 중 디지털 제휴 점포인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개설한다.

‘KB디지털뱅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역 내에 위치한 이마트 노브랜드(NB) 강남터미널점에 신설될 예정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STM, 화상상담 전용창구 등 KB국민은행의 혁신적인 고객 접점 채널을 활용해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도심 속 휴식’을 콘셉트로 캠핑카 형태의 부스를 설치하는 등 새로운 디자인의 점포를 선보일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기기배치로 고객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업종과 협력해 미래 금융환경에서 최적의 영업점 운영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EXPRESS우이동점 내부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디지털 EXPRESS우이동점 내부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은행간 점포 공유 추진

하나은행은 산업은행과 최근 ‘점포망 공동이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산업은행 고객은 지난달 29일부터 하나은행의 영업점과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입출금 거래와 통장 정리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을 거래하던 손님들은 산업은행에서 기존에 취급하고 있지 않은 청약상품, 개인신용대출, 정부 연계 상생협약 상품 등 다양한 개인금융 상품을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상담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의 점포망 공동이용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을 해소하고 ‘손님 중심’의 금융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하나은행만의 한 차원 높은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 은행이 한 점포를 공유하는 공동점포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중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 점포를 내기로 했다.

이 지역은 현재 두 은행의 지점이 없는 상태다. 하나은행 수지신봉지점이 지난해 9월 13일 문을 닫은 데 이어 우리은행 신봉지점도 같은 해 12월 30일 폐쇄됐다.

두 은행은 옛 우리은행 신봉지점 자리에 50평 규모의 영업 공간을 확보하고, 각 은행이 절반의 공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 중에 경북 영주의 공동점포 개점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 공백을 매우기 위해 화상상담과 셀프(Self) 거래 등으로 대부분의 업무처리가 가능한 ‘초소형 점포’를 내걸었다.

초소형 점포인 ‘디지털 익스프레스(EXPRESS)점’은 디지털데스크, 스마트키오스크, ATM 등 디지털기기 3종으로 구성된 무인점포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폐쇄된 문산, 우이동, 구일지점 위치에 각각 디지털 익스프레스를 오픈했다.

고객은 디지털데스크에서 화상상담 직원을 통해 상품상담은 물론 지점 창구 수준의 업무를 볼 수 있고 스마트키오스크를 이용해 예금신규, 카드발급, 각종 신고 등 셀프(Self)거래가 가능하며 ATM으로 현금 입․출금과 이체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확대와 점포 효율화 추진 등으로 영업점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안점포 운영을 통해 금융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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