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공사 중단' VS 조합 '계약 해지’ 극렬 대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 공사 중단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시공사업단 관계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 공사 중단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시공사업단 관계자>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을 둘러싼 시공사업단(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과 조합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공사업단에서 공사 중단을 언급한 가운데 조합 측은 계약 해지 맞불 작전에 나선 상태다. 둔촌주공 갈등이 장기화 양상을 띄자 서울시 주택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공사가 10일 이상 중단될 경우 시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조합원 총회에 상정키로 했다. 계약해지 안건은 별도 총회를 열고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오는 15일 공사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조합 측은 “실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계약해지를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갈등은 2020년 8월 당시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새롭게 들어선 신규 조합은 기존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맺은 계약은 무효라며 각종 설계부터 옵션, 마감재 등의 변경을 요구했다. 

시공사업단과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두고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최초 공사비는 2조 6000억원이었으나 2019년 12월 조합 총회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2020년 6월 3조 2000억원으로 증액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수용을 두고 조합 내부 분쟁이 발생해 2020년 9월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며 작년 5월 새로 만들어진 현 집행부가 2020년 6월의 공사비 계약을 법적·하자가 있어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합은 공사변경계약 무효소송도 불사했으나, 시공사업단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약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공사비 미지급과 마감재 미선정 등을 이유로 15일부터 재건축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예고 안내 공문을 발송하며 초강수를 둔 상태다.

양측 갈등이 격화되며 강남권 공급 일정에도 대대적인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사업 단지는 서울 강동구 내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총 1만 2032가구 규모로 신설되고 일반 분양 물량도 무려 4786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신축 단지로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택지비 감정평가나 분양가상한제 심사 등 둔촌주공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며 “대단지인 둔촌주공 공급이 장기화되면 강남권 입주 물량도 줄어들어 분양 시장뿐만 아니라 인근 전·월세 시장도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일반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협상에 나서 원활한 공사 진행을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