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4명, 멀티플렉스에 소송 제기
시범상영관 도입 등 논의했으나 결렬
영진위·멀티플렉스 “비용 부담 못해”
1심은 장애인 승소…내달 2심 선고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장애인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 차별받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3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2심 판결이 다음달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시청각 장애인인 김모씨 등 4명이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소송을 다음달 말 선고할 예정이다.

이 소송은 김씨 등이 지난 2016년 영화관에 화면해설 음성서비스와 한글 자막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1심에서는 “영화관들에 장애인들에게 화면해설과 자막, FM 보청기기를 제공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3사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에서 멀티플렉스는 “현행 법령상 상영업계의 의무가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고 보기 어려워 비용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소송으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입법과 국가적 논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필요한 장비 개수까지 특정하고, 폐쇄형 자막 장치인 캡티뷰(Captiview)·스마트안경 등과 개방형인 화면해설, 한글자막 등까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맞섰다.

당초 앞선 재판부는 양측에 협의체를 구성해 극장에서 장애인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시범상영관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멀티플렉스와 장애인들은 시범상영관의 운영 방식에 대해 1년 가까이 논의했다.

이후 양측은 조정기일만 8차례 여는 등 협상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 한국농아인협회 등이 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진위가 장애인 전용 시범상영관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영진위가 예산을 부담하지 않으면 멀티플렉스들도 시범상영관의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재판부는 “시범상영관을 운영하고 그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조정안이나 화해권고 결정안을 도출하기로 했는데 그 전제 요건인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져 조정은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은 문화예술사업자가 생산·배포하는 정보에 대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자막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의 영화상영관은 2015년 4월 11일부터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게 됐으나 이후에도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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