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하되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원내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 만큼 본회의가 열리는 24일 전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도부가 강행 처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같은 당론을 채택했다.

오후 2시부터 9시20분까지 7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마라톤 의총'에서 당내 강경파와 협상파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강경파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한 만큼 국회법에 따라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한·미 FTA가 반(反)미 FTA로 변질됐다. 민주당이 총선에서의 공천연대를 위한 연결고리로 한·미 FTA를 이용하고 있다"며 "남은 것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협상파 의원들은 민주당 내에도 협상파 의원들이 다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여야 합의로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정태근 의원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인내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라며 "합의 처리를 위해 더 노력하고 시간을 기다려보자"고 제안했다.

의총에는 모두 148명의 의원이 참석해 66명이 발언했다.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강경론이 우세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홍준표 대표는 의총 직후 "인내에 한계가 온 것 같다"며 "민주당이 더 이상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말고 의회로 와야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ISD 재협상'에 대한 미국의 서면 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화살을 다 쐈고 모든 수단을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직권 상정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비준동의안이 직권 상정 수순을 밟을 경우 24일 이전 표결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협상파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야당과 의회 민주주의 틀 안에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비준동의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야당에 대해 "정략적인 관점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자세 변화를 기대한다"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의회 민주주의에 있어서 금도를 넘어서는 는 행위는 하루 속히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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