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길 (道)

 
 

#33. 길 (道)       

길을 묻는 신돈에게 신(神)이 말씀하셨다.
- 그걸 몰라서 묻고 있느냐?
신돈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 아니, 자비로운 신께서 역정이라도 내시는 건가요?
- 그렇다마다. 너 같으면 어떻겠니?
신돈은 잠시 말을 잃었다. 
역지사지다. 나에게 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도를 닦는 사람으로서 나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무슨 말이든 대답하려고 애쓰겠지. 
그런데 다시 길을 묻는다면? 
그러면 또 다른 식으로 대답을 해주겠지. 
다음날 또 다시 길을 묻는다면? 
나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내 대답이 부족했던 것일까. 저 인간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일까. 혹시라도 내 대답이 부족했나 싶어서 나는 또 다른 식으로 대답을 해줄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또 묻는다면? 
길을 묻는 사람은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그러면 나는 마침내 생각할 것이다. 저 인간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이거나, 그 순간에는 이해를 했다가 하룻밤 새에 다 잊어버리고 다시 묻는 것이겠다. 나는 가르칠 만큼 가르친 것 아닌가. 또 무슨 대답을 한단 말인가. 
신돈은 신(神) 앞에서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깨달았다. 
매일 도를 묻고 묻고 다시 묻는 인간이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아, 나 같아도 역정이 나고 말겠구나. 


#34. 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상상         

-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양한 것들을 상기시켜주는군요. 다양한 상상력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대체 무엇이죠 이것은? 
- 시험이지. 인간 본성에 대한 테스트라 할까. 
- 아,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럴 법한 상상과 얼토당토않은 꿰맞추기, 미래과학으로나 이해할 수 있는 분석과 고전적인 시각에 얽매인 분석, 합리적 추론과 불합리한 억측, 본질에 가까운 주장과 전혀 빗나간 주장들이 무성합니다. 인류는 아우성치고 있죠. 장자님도 듣고 계시겠죠? 
- 맞아 맞아. 우리가 봐도 놀랍도록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왜 여기서 저런 말이 나오나 싶은 ㄱ소리도 꽤나 많이 들리더구만. 
- ㅋㅋㅋ. 흥분하지 마셔요. 
- 왜? 
- 하하하. 오타가 나오잖아요. 오타 남발하면 사람들은 장자님도 이제 많이 늙었군하고 오해할 겁니다.  
- 이런. 내 나이가 몇인데? 
- 숫자가 중요한가요. 닭은 3년을 살면 늙었다 하고 개는 10년을 살면 늙은이가 됩니다. 인간은 60을 넘으면 늙은 것이고 거북이는 200살이 넘어야 늙은 축에 드는 것인데, 신선은 몇 살부터 늙은 것인지 우리가 모르지만, 2천5백살쯤에 오타가 나기 시작하면 신선도 그쯤이면 늙은 축에 드나보다 하지 않겠어요?  
- 옛기!! 신선이 늙다니. 늙었으니 신선이 되는 거 아닌가?    
- 죄송! 그런데 정말 바이러스라는 게 뭡니까? 왜 시시때때로 새로운 변형이 등장해서 인간을 이렇게 괴롭히는 거에요? 
- 정말 모르겠나? 바이러스가 그냥 유기체를 부패시키고 분해하는 세균들과 다른 점을 생각해보게. 생명체라는 숙주가 있어야만 존속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이겠나. 
- 으음. 유전자에 작용한다는 건가요? 
- 유전자를 변화시키지. 
- 그렇군요. 그건 진화와 연관되는 일인데? 
- 오오. 상상력이 있구만.19세기에 인류는 그들 자신이 원시 인류로부터 진화되었다는 것을 공인했네.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단세포에서 기원하여 점차 복잡한 개체로 진화해왔음을 알게 되었지.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그 유전형질이 세포의 무엇에 의해 결정되고 또 무엇에 의해 변화하는가 등등의 연구가 줄을 이었지 않은가. 세포 염색체가 연구되고 DNA구조, 유전자지도가 그려지고 하면서 인간은 생명의 기원을 파악하는 목표에 크게 다가섰지 않은가.
- 바이러스도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는 요인의 하나로군요. 
- 그걸 견디면 진화가 되고 견디지 못하면 죽는 거지. 
- 마치 컴퓨터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과정 같습니다. 쌩쌩한 컴퓨터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되는데, 낡고 취약한 컴퓨터는 새 시스템을 견디지 못해요. 
- 그럴싸한 비유로군. 
- 음모론도 있던걸요. 무슨 생물무기 연구와 관련 있는 건 아니었나요? 
- 흠. 무기인 줄은 모르겠고,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쓸데없는 실험들을 자주 하긴 하지.  
-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세계 인구를 적정선으로 줄여보려고 이런 걸 만들어 퍼뜨리는 프로젝트가 있대요. 
- 누가? 음모론이라면 음모를 꾸미는 주체가 있어야지.  
- 모르겠어요. 하여튼 이런 게 나올 때마다 누군가의 음모다 하는 소문이.
- 하하하. 그저 뜬금없는 상상이로군. 음모론은 당최 종잡을 수 없어.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 누군가 화학약품을 공중에서 살포한다고도 하더군. 켐트레일이라던가? 시나리오가 그럴싸해서 나부터도 깜박 흔들릴 때가 있다니까. 
- 진실은 아니고요? 
- 아, 진실을 알 수 있다면 그게 음모겠어?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음모가 있다면 하늘의 음모다…
- 하늘도 음모를 꾸미나요? 천기(天機) 같은 게 정말 있나요? 
- 음모는 무슨? 섭리가 있을 뿐이지. 하늘은 감춘 게 하나도 없지 않나. 인간이 섭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모자라는 것일 뿐.  
- 혹시 가이아의 음모? 이런 얘기는 흔히들 한답니다. ’인간은 지구에게 기생충과 같은 존재다. 너무 극성을 부리면 지구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간에게 재앙을 내린다.‘ 결국 하늘과 땅의 공동 음모로군요. 
- 기생충을 잡듯이? 그럴 법도 하네. 기억하는가? 해가 안보일 정도로 짙은 미세먼지 스모그가 일 년의 절반 넘게 하늘을 덮을 때, 자네가 탄식하던 말을 나도 기억하는데?
- “이러고도 인간이 무사할 수 있을까”라고 탄식했지요.
- 맞네. 지금 이 질병이 재앙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 오, 두렵군요. 이것은 경고일까요, 재앙의 시작일까요? 
- 자네 생각은 어떤가? 
- 대답하고 싶지 않네요. 차마 대답할 용기가 없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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