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 “넥슨-엔씨, 2차전 위한 물밑작업 계속”
한경택 넥슨 CFO “향후 상황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넥슨의 2차 경영권 분쟁이 물밑에서 숨가쁘게 진행될 전망이다.

김영진 M&A연구소장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넥슨이 이번 엔씨소프트 주총에서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올해 물밑작업을 통해 승산을 잡게 되면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엔씨소프트에 대해 다시 강하게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규 부국증권 연구원은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많은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에 넥슨이 크게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을 뿐 엔씨와 넥슨의 경영 논란은 계속될 여지가 있다”며 “우선 주주의 불만이 높았던 배당정책이나 게임개발 등에 주주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넥슨은 엔씨의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넥슨은 지난 27일 엔씨 주총에서 현 엔씨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김택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게임업계와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이 올 주총에서 실력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택진 대표의 지분은 9.9%로 넥슨에 못 미친다. 하지만 엔씨가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와 지분 교환을 통해 우호 지분을 끌어들였다. 엔씨는 지난달 17일 넷마블의 지분 9.8%를 인수하면서 자사주 8.9%를 넷마블에 넘겼다. 넷마블과의 지분교환으로 우호지분을 18%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게임업계와 엔씨 주주들은 엔씨와 넷마블의 지분 교환이 엔씨의 경영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넥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주총에서 넥슨 측은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넷마블과 지분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환 과정에서 넷마블 지분의 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 모습.
지난 27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 모습.

김택진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엔씨와 넥슨의 경영 분쟁 불씨는 남아 있다.

넥슨은 엔씨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넷마블과 협업을 결정한 과정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자료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제안했다. 또 향후 협업 진행과정을 적절한 형식을 통해 주주와 시장에 정기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한경택 넥슨 CFO(재무최고책임자)는 “엔씨와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면서도 “엔씨의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엔씨가 넥슨의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넷마블이 상황에 따라 엔씨의 우호지분에서 적대지분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엔씨가 넷마블에서 적대적으로 돌아설 경우에 대해 어떻게 대비책을 세웠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준규 연구원은 “넷마블이 앞서 밝힌 내용을 볼 때 무조건 엔씨의 편을 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엔씨가 넷마블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인 것은 미봉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창현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양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제휴 및 상호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며 “양사가 협력을 시작한 단계에서 너무 앞선 우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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