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지난달 25일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고 원인이 협력사 직원 실수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월 29일 발표한 ‘KT 네트워크 장애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라우터 교체 작업 중 프로그램 명령어 누락’이 장애 원인이라 밝혔다. 

라우터는 인터넷 연결장치 간 통신을 중개해주는 신호 전달 장비다. 라우터 간 연결에는 프로토콜을 사용해야 하는데, 프로토콜을 분리하기 위한 명령어 ‘exit’가 누락되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명령어 누락은 부산 국사에서 발생했으며 타지역 라우터가 동시다발적으로 업데이트되며 전국적인 통신망 장애로 이어졌다.

일견 협력사 직원의 과실로 볼 수 있는 사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KT 관리 부실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KT 전국 네트워크가 어긋난 데이터 전달에 대응하는 시스템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게 확인됐으며, 장비 업데이트 이전 단계인 사전 코드 작성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문제를 야기한 코드는 작업 이전 협력 업체가 작성해 KT에게 검토를 받은 것이다. KT는 검토를 마치고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직전 진행되는 사전 작동 테스트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업 당시 현장에 KT 관리자도 부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KT는 증상이 국가 단위 전산망 공격인 ‘디도스(DDoS)’와 비슷하다는 성급한 발표를 한 뒤 이를 ‘원인 불명’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KT는 코드 검토, 현장 감독, 결과물 확인 과정까지 허술한 네트워크 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는데,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KT가 협력사에게 주요 업무를 맡긴 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는 이른바 ABC(AI·Big Data·Cloud) 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성장이 제한적인 국내 이통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DX)의 중추적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국내 IDC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과거 덩치만 크고 변화에 둔감한 ‘공룡기업’이라 지적 받았다면 이제는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여전히 공기업 시절 모습이 떠오른다.

사태 발발 당시 직장인 블라인드 앱에는 “이건 우리 잘못이 아냐. 협력사 실수일 거야. 우리는 저런 작업을 할 줄도 몰라” 등 KT 직원들의 자조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KT 현실에 대한 직원들의 냉철한 평가라 본다.

부디 이번을 계기로 KT가 겉만 아닌 속까지 변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대표 IT 전문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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