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장종목, 시초가 대비 평균 14.6% 하락

지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일반 공모 청약 당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청약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투자증권>
지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일반 공모 청약 당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청약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투자증권>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대어급 공모주들이 줄줄이 등판을 준비하면서 이른바 '따상'(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 대박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공모주 대다수의 주가가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떨어지고 공모가 대비 수익률도 작년보다 크게 낮아지고 있어 투자자가 기업공개(IPO) 시장 과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 절차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37개 종목(스펙 제외)의 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현재가(11일 종가 기준)는 평균 14.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이언트스텝(85.9%) 등 8개 종목(21.6%)만 주가가 상승했고 나머지 29개 종목(78.4%)은 모두 하락했다.

이들 종목의 상장 첫날 시초가에 매수해 현재까지 보유 중인 투자자가 있다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80%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들 종목의 공모가 대비 현재가는 평균 38.8% 상승해 공모주 청약 투자는 여전히 양호한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역시 하락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3개월 후 종가의 평균 수익률은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20.8%, 코스닥 종목이 39.1%로 작년 상장 종목들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인 유가증권시장 64.3%, 코스닥 64.2%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IPO 종목 수익률이 예전만 못한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공모주 시장의 과열이다.

시중의 막대한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쏠리면서 IPO 종목들이 공모가를 높인 결과 상장 이후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하반기 IPO에 나서는 주요 기업들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해당 업종 주도 종목보다 매우 높은 시가총액과 평가가치(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등 IPO 종목에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열기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하순 상장예비심사 결과 발표를 앞둔 카카오뱅크의 경우 서울거래소 비상장과 증권플러스 비상장, 38커뮤니케이션 등 3개 주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평균 9만6천원대에 거래되면서 기업가치가 약 39조5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금융주 중 시총 1위인 KB금융지주(시총 23조7천11억원)의 약 1.6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 11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게임업체 크래프톤도 위 3개 플랫폼에서 평균 거래가격이 약 54만6천원, 기업가치는 약 23조6천억원으로 평가돼 게임업종 1위인 엔씨소프트(시총 18조4천633억원)를 약 28% 앞섰다.

현대차그룹 건설사로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이들 플랫폼에서 평균 110만3천원대에 거래되며 기업가치가 8조3천억원을 넘겨 현대건설(시총 6조1천914억원)을 약 35% 추월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기업들의 공모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며 "상장주관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상단 혹은 희망공모가를 초과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발행자는 유리하고, 유통시장 참가자는 먹을 것이 사라진다"며 "투자자는 공모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앞으로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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