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회장, 오뚜기 지분 1.59% 오뚜기라면에 매각
오뚜기-오뚜기라면 상호출자 고리 강화...규제 역행
내부거래 많은 오뚜기라면, 오뚜기 3대주주로 부상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오뚜기라면이 오뚜기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 지분을 30% 넘게 갖고 있어 두 회사의 상호출자 고리가 강화되게 됐다.

오뚜기는 지난 25일 오후 공시를 통해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로 보유 중인 오뚜기 지분 1.59%를 오뚜기라면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뚜기라면의 오뚜기 보유지분은 기존 3.25%에서 4.84%로 증가했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 지분 35.13% 보유하고 있어 이번 매매로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의 상호출자 고리는 더욱 굳건해졌다.

상호 출자는 같은 그룹 계열사 두곳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잇는 것을 말한다. 자본충실의 원칙을 저해하고 가공의결권을 형성해 지배권이 왜곡되는 등 기업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해치는 악성적 출자형태로 꼽힌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에게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오뚜기는 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지 않아 공정위 규제 대상은 아니다.

공정위는 “이 제도는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유지의 전제가 되는 준칙(룰)의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라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율도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받던 곳이다.

2019년 말 지분 구조는 함 회장 32.18%, 오뚜기 27.65%, 기타 40.17%였다. 이에 오뚜기도 오뚜기라면을 계열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해놓고 있었다.

또 오뚜기라면은 내부거래비율이 무척 높다.

2018년 이후 내부거래 실적을 살펴보면 그해는 매출 6천459억원 중 오뚜기라면이 내부거래로 올린 실적은 6천442억원으로 전체의 99.7%에 달했으며 2019년은 총매출 6천376억원 중 내부거래금액 6천359억원으로 역시 99.7%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오뚜기라면 총매출 5천191억원 보다도 많은 5천620억원의 매출을 오뚜기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액이 총매출 보다 높은 것은 오뚜기라면이 51억원 규모의 설비를 오뚜기에 넘긴 금액까지 포함된 영향이다.

그러나 함 회장이 지난해 5월 오뚜기라면 지분 7.48%를 오뚜기에 넘기면서 최대주주는 오뚜기로 바뀌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가져왔고 2017년부터 시작된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함 회장이 오뚜기 지분을 돌연 오뚜기라면에 매각하면서 오뚜기라면의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단순하게 봐도 이번 거래로 오뚜기라면은 함영준 회장 이어 오뚜기의 3대주주 등극했다. 기존 3대주주는 함 회장의 숙부인 함창호씨다. 함씨는 현재 오뚜기 지분 4.5%를 보유 중이었으나 오뚜기라면이 지분을 확대해 4대주주로 밀려나게 됐다.

오뚜기라면은 또 오뚜기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조흥의 지분도 5.97% 갖고 있다. 조흥은 식품첨가물 제조업체다. 오뚜기가 이 회사 지분 41.28%를 보유하고 있고 함 회장 일가도 10%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에 포함될 것으로 손꼽힌다.

오뚜기가 오뚜기라면을 지주회사-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흡수합병할 경우 함 회장이 오뚜기 지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시나리오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품업체인 오뚜기의 실적이 좋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과 상장사인 조흥의 소액주주들이 합병비율이나 지배구조 개편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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