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과열 경쟁, 글로벌 선두 자리 위협

김영 산업팀장
김영 산업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주 사전예약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인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대비 올해 51%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달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전통적 자동차산업 강국들 또한 국가 차원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 미래 일처럼 여겨졌던 전기차 시대 도래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전기차 관심 집중과 함께 제품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시장 또한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은 급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로 거론된다. 

공급용량 기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CATL(중국), LG에너지솔루션(한국), 파나소닉(일본), BYD(중국), 삼성SDI(한국), SK이노베이션(한국) 순이었다.

중국향 배터리 수요를 CATL과 BYD 등이, 폭스바겐그룹과 함께 세계 2대 완성차 업체로 꼽히는 도요타 수요를 파나소닉이 가져갔음에도 한국 배터리 3사가 시장 경쟁을 주도, 사실상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선전 바탕에 압도적 기술력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비교 우위가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크다. 

다만, LG화학-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현대차-LG화학 배터리 리콜 비용 분담 분쟁 등 우리 업체간 다툼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가적 차원의 협업을 늘려가도 모자란 판에 아직 여물지도 않은 시장을 두고 살이 뜯끼고 피가 튀는 경쟁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법적공방은 각 기업들의 재무 리스크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한국 제품에 대한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미국 제재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화웨이가 자동차 시장에 진출, 올해 중 자국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본 또한 도요타-파나소닉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전기차·배터리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조선과 전자·반도체 등 분야에서 보여줬듯 글로벌 선두 지위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방심에 더해 시장 오판에 따른 경쟁 과열이 원인이 될수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것이란 점은 두말 하면 입 아프다. 급성장이 예고된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위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면 지금은 갈등보단 협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부디 우리 기업들이 작은 것에 연연하다 큰 피해를 보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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