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 차장
성현 산업부 차장

네이버에서 대형마트 장보기가 가능한 세상이다. 홈플러스와 GS프레시몰, 하나로마트는 지난 20일 동시에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을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 장보기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홈플러스에서만 2만3천개가 넘는다.

고객들 입장에서 아주 편리한 구조다. 본인 인증과 주소 입력이라는 귀찮을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개인정보 유출 걱정도 덜 수 있다. 상품 후기를 쓰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도 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장보기가 꺼려지는 현 세태와도 맞아떨어진다.

벌써부터 골목상권을 걱정하는 댓글이 나올 정도다.

네이버는 온라인 시장 절대 강자다.

앱·유통 분석서비스인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난해 온라인 결제를 가장 많이 한 곳은 네이버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뛰어넘었다.

네이버의 결제추정금액은 20조9천억원이 넘었다. 2018년(16조4천억원) 대비 27%나 성장했다. 네이버페이가 이를 도왔다.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지난해 8월 누적가입자 수 3천만명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22조원이 거래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조사에서는 네이버페이가 19개 간편결제 서비스 중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금융업 진출을 도전하던 토스, 서울시의 제로페이, 신세계의 SSG페이를 모두 가뿐하게 이겨냈다.

온라인쇼핑업체들은 걱정한다. 네이버가 온라인쇼핑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장을 장악한 뒤에는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도 있다.

결론은 네이버를 규제해야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태어난 네이버 장보기를 규제한다면 이는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일 수도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신사업이 없다”고 얘기할 만 하다.

온라인쇼핑업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아직 서비스 초기라 뚜렷한 피해자도 없고 규제 근거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규제가 필요하긴 하다. 모든 형태의 독점은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시기나 형태의 차이일 뿐이다. 독점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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