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율 급상승…기대 반 긴장 반으로 맞은 새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8%포인트 높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사진=연합>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8%포인트 높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연초부터 대내외 위험요인 대비를 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근래 은행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금리인상 기조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정부 정책에 의해 중소기업으로 자금운용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 등이 부실로 연결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 최고경영자(CEO)들도 신년사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를 꼽으며 비은행부문 강화 등 수익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내 은행들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비율)은 0.60%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해서는 0.02%포인트 올랐고, 1년 전보다는 0.11%포인트 상승했다.

차주별로 살펴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86%로 전월 말과 동일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1.67%로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0.67%로 0.03%포인트 올랐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0.40%로 0.02%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 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9%로 전월 말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신용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은 0.51%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으로 은행 전체 자산에서 유동성 환경에 민감하고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고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 인상분이 본격 반영, 각종 대출금리가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출 연체율은 더욱 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19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연체율의 완만한 상승세 등을 볼 때 차주의 부실 가능성이 커져 금융권 전반에 걸쳐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제조업 부문이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역시 ‘국내 은행산업 영업현황 및 경쟁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발 금리상승과 미·중 무역전쟁 우려, 각종 내수경기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운용이 쏠리는 현상은 위험관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부실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새해 핵심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삼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미글로벌 금융의 불확실성과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 기준금리 상승은 보다 정교한 건전성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현장 중심의 여신 운영체계를 정립하는 한편 해외 채널의 리스크관리 시스템화(化)를 통해 글로벌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서민금융대출 금리 최대 2% 감면 등을 언급하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 완수를 당부하면서도 올해 6대 경영전략중 하나로 ‘최강의 리스크 관리’를 제시하며 건강한 은행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을 주문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올해 최우선 목표로 실적 성장 보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를 삼고 있다”며 “국내 경기 둔화 전망과 시장 금리상승 탄력으로 부실화, 연체율에 대해 경고등이 켜지면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올해 은행의 중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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