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속도 세계최고 수준…신탁상품 수요 급증

<자료=하나금융투자>
<자료=하나금융투자>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사회 진입으로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신탁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들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엔(UN) 인구 고령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 2000년 7.3%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17년 만에 14.3%를 넘어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 증가 속도가 세계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영국 등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기간이 100년 안팎으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다.

인구 고령화 기조 속에서 신탁을 이용한 자산관리 상품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수탁고(공익신탁 제외)는 총 236조4천97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96조9천27억원) 대비 20.01%로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신탁수탁고가 69조7천84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하나은행이 59조9천38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향후 신탁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은행들은 우리나라에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반려동물신탁, 결혼·육아지원신탁 등의 개발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신탁고 규모를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SJ산림조합상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난 18일 업계 최초로 상조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본인의 사후 장례비용을 포함한 일정한 금전재산을 하나은행에 신탁하고 귀속 권리를 SJ산림조합상조로 지정하면 별도의 유산분할 합의를 거치지 않고 귀속 권리자에게 동 재산이 지급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해외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상품을 선보였다.

역외ETF신탁은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고객은 증권사의 해외주식매매 위탁계좌가 없어도 은행 창구에서 역외ETF 투자가 가능하다. 매매차익은 해외주식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가 적용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신탁상품 관련 불완전 판매 우려가 제기돼 잠시 신탁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이 이슈가 되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10년만에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인가 방침까지 밝히며 시장 확대를 예고한데다 일본 신탁시장 성장 사례를 통해 수익성도 확인돼 수익 다변화를 위한 은행권의 신탁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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