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변동 ‘조삼모사’…옮겨 탈 ‘인센티브’ 부재 지적도

내년 4월 새롭게 출시될 실손의료보험 상품 구조. <자료=금융위원회>
내년 4월 새롭게 출시될 실손의료보험 상품 구조. <자료=금융위원회>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내년 4월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윤곽이 잡혔지만 현재 가입자를 끌어당기기에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품 구조를 개선해 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던 금융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보험업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고 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실손보험은 3천200만 가입자가 갖고 있는 민영보험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본인 부담 의료비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실손보험 상품이 출시되는 이유는 현재 실손보험 상품의 구조적 문제가 의료쇼핑이나 과잉진료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현재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의 20%만이 대부분의 보험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따라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를 새로운 구조의 실손보험으로 옮겨 태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상품구조의 변화가 미미해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의 이동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새 실손보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통으로 가입하는 현재 실손보험과 달리 ‘기본형+특약 3가지’로 구분해 가입자들이 선택에 따라 보장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본형은 특약에서 보장하지 않는 모든 의료비를 보장한다. 특약은 5가지 비급여진료를 도수치료·제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자기공명영상) 등 3가지로 나눠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기본형만 가입한다면 보험료는 평균 25% 저렴해진다. 예를 들어 40세 남자 기준 현재 보험료가 월 1만9천429만원이라면 기본형만 가입 시 1만4천309원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다만 보험료가 낮아진 이유는 입원, 통원 치료 시 치료비 가운데 부담해야 했던 비율이 20%에서 30%로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금 청구 시 자기가 부담해야 할 비율이 늘어난 만큼 보험료가 내려간 것이라 현재 실손보험과 사실상 보험료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현재 실손보험만큼의 보장을 받고 싶다면 ‘기본형+특약’에 모두 가입해야 한다. 특약은 기존 상품에서도 보험금 지급이 다건 발생했던 담보들이어서 보험료 상승이 가파를 수밖에 없다.

비급여진료로 인한 역선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새로운 실손보험이 나와도 보험료 상승 요인에 변함이 없다는 목소리다.

업계는 보험금 미청구자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갈아탈 만큼의 인센티브는 아니란 것이다.

새 실손보험은 급여 본인부담금,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을 제외하고 직전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에 대해 차기년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

건강한 사람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이익을 보전해주겠단 의미인데 보험료 할인보다 2년간 보험금 미청구로 생길 손해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료 인상 없이 할인만 해주는 방식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하 재원으로 사업비가 사용되는 방안이 유력해 불만이 크다”며 “보험료가 낮아진데다 보험료를 깎아줄 재원마저 보험사의 수익에서 떼어줘야 해 보험사 입장에서도 판매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징수와 보험금 지급에 대한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 기존 상품과 비교해 사실상 큰 변화는 없다”며 “오히려 특약형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만 커질 수 있어 당장 보험료가 싸다고 갈아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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