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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뱀과 뱀… 간신배 사이도 등급이 있다154. 거짓의 달인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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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6  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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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稅民深者爲明吏 殺人衆者爲忠臣 
세민심자위명리 살인중자위충신
세금을 많이 걷는 관리가 유능하고 사람을 많이 죽인 관리가 충신이라 하다<李斯列傳>
2세 황제 시대에 가혹한 가렴주구(苛斂誅求) 통치의 실상을 표현한 말 

진승(陳勝)의 반란군이 함양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더 이상 황제에게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승상 이사(李斯)가 고민하는 것을 알고 환관 조고가 먼저 말했다.

“함곡관 동쪽에 도적떼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지금도 부역을 징발해 아방궁이나 짓고 개나 말 따위 쓸모없는 것들만 모으고 계십니다. 제가 간언하고 싶으나 지위가 미천하니 이런 일이야말로 승상께서 나서야 하시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사는 그 말을 곧이듣고 토로했다. “나도 그것을 말씀드리려 한지가 오래되었소. 그런데 폐하께서는 아예 조정에 나오질 않아 알현하기도 힘드니 어쩌면 좋겠소.”

승상 이사, 조고의 덫에 걸리다 

그러자 진승은 함께 걱정하는 척하며 “어르신께서 중대한 일을 간하시겠다면, 제가 폐하께서 좀 한가한 시간을 골라 알려드리겠습니다.”하고 말했다.

며칠 뒤 조고는 하필 황제가 미녀들을 끼고 연회를 즐기는 시간을 골라 이사에게 “폐하께서 지금 좀 한가하십니다”하고 전갈했다. 이사가 궁궐로 찾아와 알현을 청하였으나 주흥에 빠져있던 황제는 만남을 거절했다. 다음에 다시 조고의 전갈을 받고 찾아갔으나 이번에도 황제는 연회 중이었다. 세 번째 찾아가서야 황제는 알현을 허락했다. 그러나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버럭 역정부터 냈다.

“짐은 평소에도 한가한 시간이 많은데, 승상께서 그런 때는 찾아오지 않다가 마침 연회를 즐기려고만 하면 문득 와서 국사를 논하려 하오. 승상은 짐이 어리다고 얕잡아보는 것이오? 정말 짐이 그리 만만히 보이는 것이오?”

이런 순간을 기다린 조고였다. 이사가 민망하여 돌아가는 것을 보고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그렇게 대하면 위험하십니다. 제위를 정할 때 승상도 음모에 관여했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페하께서는 이미 황제의 지위에 계시지만 승상은 더 이상 올라갈 지위가 없으니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폐하와 영토라도 나눠가지고 왕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승상의 장남이 삼천군의 군수인데, 초 땅의 도적 진승 등이 본래 승상과 이웃고을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라 도적들이 공공연히 삼천군을 지나다녀도 그 무리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들 사이에 문서도 오가는 모양이나, 아직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였기에 감히 일찍 아뢰지 못한 것입니다.”

2세 황제는 승상을 즉시 잡아들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먼저 확실한 증거를 찾아오도록 지시했다. 이사는 그제야 조고의 음모를 깨닫고 황제에게 긴 글을 올렸다.

“신이 듣건대 신하가 군주와 알력이 있으면 위태로워지지 않는 나라가 없다 합니다. 지금 폐하를 곁에서 모시는 대신 중에 폐하만큼이나 권리를 행사하는 자가 있어 폐하의 권세와 차이가 없아온데, 심히 부당한 일이옵니다. (중략) 지금 조고는 사악한 뜻을 품고 있으니 폐하께서 마땅한 방도를 모색하지 않으면 장차 변란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그러나 황제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조고가 청렴하고 부지런하며 짐이 뜻을 잘 받드는 사람이라고 두둔하면서, 혹시라도 이사가 그를 죽이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고간 내용을 조고에게 귀띔해주었다. 조고는 “승상의 걱정거리는 오직 조고뿐이며, 제가 죽으면 승상이야말로 제나라 전상과 같은 짓(반역)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여 황제의 불안을 부추겼다.

결국 조고는 황제의 명령을 받아 이사를 체포하고 그를 심문하게 되었다.

“슬프구나. 도리를 모르는 군주에게 무슨 계책을 말할 수 있을까.”

이사는 옥에 갇힌 채 길게 한탄했다. 아들들과 친족, 빈객들이 모두 함께 체포되어 심문을 받았다. 이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조고가 꾸민 역모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거짓 자백했다. 황제에게 진정서를 올리면 황제가 다행히 사면해주리라 믿고 시간을 벌 셈이었다. 그러나 이사가 옥중에서 작성한 진정서가 조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조고는 간수의 보고를 받고 “죄수가 어찌 폐하께 글을 올릴 수 있단 말인가”하면서 폐기시켜버렸다.

그리고는 자기 식객들을 황제의 어사와 알자로 변장시켜 이사를 만나보게 했다. 이사는 진정서가 전해진 것으로 믿고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그 때마다 조고에게 보고되어 혹독한 매질이 돌아왔다. 세 차례나 가짜어사에게 속은 뒤 이사는 더 이상 진실을 말할 기력을 잃었다. 조고가 황제에게 보고하여 진짜 어사가 확인하러 왔으나, 이사는 그저 자신이 자백한 역모가 모두 사실이라고 굴복하고 말았다. 이사는 함양의 시장 복판에서 허리가 잘려 죽었으며, 가문은 삼족이 멸절하였다.

진시황을 도와 중원의 통일을 이루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권력자. 간신 조고와 더불어 황제를 바꿔치기까지 자신도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많은 잔꾀를 부린 이사였으나, 보다 더 간교한 자와 한 배를 타고서는 끝까지 무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보다 흥미로운 일은, 이사 자신도 예전에 같은 방법으로 남을 죽인 일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이사가 순자에게서 배울 때 함께 공부한 동문이었다. 말을 더듬어 변론에 서툴렀으나 저술에서 뛰어났고, 언제나 이사보다 한 수 위였다.

한비가 한(韓)나라에서 여러 권의 책을 썼을 때, 진시황이 그 저서를 보고 경탄하며 한비를 얻고자 하였다. 한나라를 공격하고서야 한비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왔다. 그러자 이사는 한비가 등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에게 이간했다. “한비는 한나라의 공자인데, 왕께서 한나라를 정복하려 하실 때 그가 한나라를 위하지 진나라를 위하겠습니까. 그렇다고 한나라로 돌려보내도 후환이 될 것이니 차라리 꼬투리를 잡아 법으로 처형하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

진왕이 옳게 여겨 한비를 옥에 가두었으나 아직 처형을 결심한 건 아니었다. 이사는 옥에 갇힌 한비를 찾아가 친구의 의리로써 충고하는 척하며 자살을 유도했다. 왕이 마음을 바꿔 한비를 사면하려 했을 때 한비는 이미 죽은 뒤였다.

이사가 가짜어사에게 억울함을 토로하자 혹독한 매질이 돌아왔다. 세 차례나 속은 뒤에는 더 이상 진실을 말할 기력을 잃었다. 황제의 어사가 찾아왔을 때 이사는 더 이상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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