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기 산업부 기자.
최홍기 산업부 기자.

부모들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장난감을 사주느라 골병이 든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또봇, 카봇, 터닝메카드, 요괴워치 등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면서 부모들이 장난감 지출로만 매달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노원구 월계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경모(40·여)씨는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다녀온 후 친구들의 장난감을 자신도 갖고 싶다고 떼를 쓰면 부담되더라도 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9·구로구 신도림동)씨는 “아이가 유아 방송에 나오는 장난감 광고를 보고나면 사달라고 해서 매번 장난감을 사 주는데 지출도 지출이지만 참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부모들의 ‘장난감’ 아우성은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극에 달했다.

백화점, 마트와 같은 오프라인채널부터 온라인유통채널까지 장난감 행사를 벌였지만 고가의 장난감가격부담은 물론 품귀현상까지 불거진 것이다.

실제 매장에서 대충 둘러보고 괜찮겠다싶은 장난감 서너 개만 집어들어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직원들과 주변 고객들 말로는 그것도 없어서 못 판단다. 오히려 구매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운이 좋았다는 얘기까지 오간다. 항간에는 일부 품귀 제품의 경우 2~3배 웃돈에 거래가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량이 없어 다른 경로로 더 비싸게 사는 등 장난감의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올해 7살 쌍둥이 아들을 둔 오모씨(46·자영업)는 “쌍둥이여서 그런지 이달 장난감 구입비만 50만원이상을 쓴 것 같다”며 “부부모임에 나가서 항상 나누는 얘기 중 하나가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어린이집에서 특정 로봇장난감을 가져오지 말라고 각 가정에 통신문까지 전달할 정도다. 해당 장난감을 갖고 있지 않은 어린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모들 사정은 이런데도 계속된 장난감 인기 열풍에 장난감 제조업체는 행복하기만 하다.

완구업체 손오공의 경우 요즘 최고 인기라는 장난감 ‘터닝메카드’덕분에 매출이 예년보다 높은 신장율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씁쓸할 뿐이다.

당장 사랑스런 자녀들을 위해 여러 백화점과 마트들을 돌아다니기 바쁘지만 물량도 없을 뿐더러 금액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구매했다고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정 장난감의 경우 모델이 수십종에 이르기 때문에 한 두개 사준다고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예 상품군이 다르면 모르겠지만 특정제품의 ‘형제’ 제품이면 골치아프다. 터닝메카드의 로봇 종류(모델 등)만 해도 50여종이다.

어렵사리 장난감을 마련했다 해도 아이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스타일의 장난감을 요구하기 바쁘다.

참으로 고귀하신 장난감 하나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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