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가점 제도 가격 뻥튀기 원인 지적
기관 의무보유 비율 낮은 점도 문제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최근 기관투자자 간 청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단기 수익을 내기 위해 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보니 공모가도 부풀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한 기업 중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공모가 희망 공모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엔젤로보틱스와 오상헬스케어의 공모가는 희망 밴드 상단 33.3%를 초과했고 에이피알, 이닉스 등도 밴드 상단 20% 이상을 웃도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확정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을 초과해도 최대 20% 내에서 정하는 이른바 '20%룰'을 불문율로 여겨왔으나 이마저도 넘어선 것이다.

공모가는 IPO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밴드를 토대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을 받은 뒤 최종 확정된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되면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작아져 적정한 공모가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IPO 제도 개편 이후 수요예측 첫날 '초일가점'을 노리고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초일가점 제도는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내는 기관에 공모주 물량 배점 가점을 주는 제도다.

공모가가 올라가면 증권사는 수수료를 더 많이 받지만 여기에 투자한 개인은 돈을 물리거나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올해 기관은 한 주라도 물량을 더 배정받기 위해 가격을 높게 부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신규상장기업에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요예측 당시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매우 낮았다. 기관투자자가 공모가만 높여 놓고 상장 직후 빠져나가는 일명 '묻지마 투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를 장기 투자하려고 접근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이에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거나 침체일 때 공모주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IPO 주관 업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관련 제도 및 규정 개선에 나섰다. TF는 주요 논의 과제 중 하나로 공모가액 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주관사 자체 표준모델 마련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수요예측 관련 규정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사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해소와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를 제시하는 등 주관 업무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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