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아들들, OCI와의 통합 두고 대립
이사진 선임 주총 앞두고 설전 이어져
한미, 주총 앞두고 종윤·종훈 형제 해임
임주현 사장 “한미 R&D 꿈 이룰 것”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사진=연합]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주주제안에 대해 “ESG 경영에 역행하게 된다”고 일축했다.

임주현 사장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CI홀딩스와의 통합과 경영 분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단일 제품 하나로 매출 1800억원과 원외처방 1위를 6년째 유지하고 있다”며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질환별 파이프라인 확보하고 미국 암학회에서 연구 10건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의 성과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아깝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 상속세 ‘오버행 이슈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 끝에 OCI홀딩스와 통합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한미의 R&D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대주주 가족 구성원들 최대 4명이 이사회에 함께하게 된다”며 “한미약품그룹이 상장사로써 가져가야 하는 객관성을 가져갈 수 있는 이사회일지 궁금하고 ESG 경영 역행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두 아들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을 두고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남매인 임주현 전략기획실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와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주주 제안한 신규 이사 선임안이 오른다.

양측의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6인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양측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모녀와 장·차남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 어느 쪽이 이사회를 장악할지를 놓고 다른 대주주와 기관투자자·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중요해지면서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임주현 사장은 지난 24일 “OCI와 통합 이후 (OCI와 자신 등 회사 측) 대주주 지분을 3년간 처분하지 않게 하겠다”고 보호예수를 제안했다.

이어 임종윤·종훈 사장을 향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어떤 주식 매도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임주현 사장의 보호예수 제안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고 본인 것도 아닌 주식(OCI 측 지분)을 보호예수 하겠다는 것”이라며 “맥락 없는 제안을 갑자기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의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하자 한미그룹은 25일 임종윤·종훈 형제를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한미그룹은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회사 명예나 신용을 손상하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종윤 사장의 경우 오랜 기간 개인 사업과 타 회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를 운영하면서 그룹 업무에 소홀히 한 점도 해임에 영향을 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다만 두 형제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에서의 직은 유지된다. 현재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임종훈 사장은 한미정밀화학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새 이사진을 선임하는 주총 표 대결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난 23일 장·차남 지지를 선언하면서 통합 반대 측이 먼저 40% 이상 공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차남 지분에다 이들의 자녀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28.42%에다 신 회장 지분을 합친 것이다.

통합 찬성 측에는 송 회장 모녀와 임주현 사장 직계가족,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지분 35%에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임직원 모임인 한미사우회(약 0.33% 지분)가 '통합 찬성'을 결의하며 합류했다.

국민연금은 7.66% 지분을 보유했지만 아직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으며, 기관투자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제각각 의견을 냈다.

앞서 한국ESG기준원은 송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제시한 이사진 후보 6명에 대해서는 불행사,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 5건 가운데에는 4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글로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 후보 전원 찬성·임종윤 사장 측 후보 전원 반대를 권고했으며, ISS는 양측 모두에 대해 일부 후보 찬성·일부 반대를 권고했다.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21일 회사 측 후보 전원 찬성, 임종윤 사장 측 후보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고 한미사이언스는 전했다.

그러나 임종윤의 한미약품 등기이사 임기가 이번에 만료되는데 27일 주주총회에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임주현 사장과 논의하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배웠다”며 “한미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상하게 받아들여져 이런 갈등 상황까지 온 것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OCI가 아니더라도 다른 제안이 있다면 어떤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한미를 좋게 보고 있고 임주현 사장을 많은 준비가 된 경영자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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