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무회의서 물가 안정 강조
“물가 안정에 모든 정책 수단 동원해야”
식품사 19곳에는 가격 인상 자제 요구
공정위, CJ·삼양사·대한제당 담합 조사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정부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에게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달라”고 할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업체들의 담합을 조사한다며 조사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자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다음달부터 최대 10%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에 설탕 등 다른 식료품으로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

尹 “물가 2%대 조기 안착 위해 모든 정책 수단 동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부처를 향해 물가가 2%대에 조기 안착해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직거래 활성화와 유통단계 담합 행위 차단, 취약계층에 대한 식료품 지원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달라”며 “가격 할인과 정부 직수입 등을 통해 대체 과일을 신속하게 늘려서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물가가 정부 관리 선인 2%대를 넘어 3%대로 오른 건 주로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강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과일과 채소 가격은 단기간에 하락하기 어려울 것으로 윤 대통령은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국가의 가격 안정화 대책을 벤치마킹해서 대책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우리 물가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설탕업체 담합 조사 나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같은 날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본사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설탕 판매 관련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시장 100%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3사가 서로 짜고 설탕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오름세를 틈탄 업계의 가격 짬짜미 등 부당한 공동 행위가 빈번해지자 공정위가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현장 조사는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대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설탕 가격이 1년 전보다 20.3% 오르면서 ‘슈거플레이션’ 논란이 일었다.

슈거플레이션은 설탕 가격 상승 여파로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설탕을 원료로 쓰는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현상이다. 국내 빵 가격도 최근 2년 새 22.5% 뛰었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서도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의·식·주 분야에 대한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서민 경제와 밀접한 주류·제빵 산업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독과점 구조를 완화해 가격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를 점검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는 장바구나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 인상·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곡물 지수는 2022년 3월 170.1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1월 147.5, 지난 7월 125.9, 올해 1월 119.9, 2월 113.8 순으로 하락했다.

 

정부 물가 안정 요구에 제분업체 가격 내려

이 같은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밀가루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은 다음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19일 밝혔다.

대상 품목은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이다.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으로 제품별로 3.2~10%, 평균 6.6% 내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제분과 삼양사도 가격 인하 시기와 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밀 가격이 크게 올라 2022년 5월 최고치를 찍고,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는데 국내 밀가루 소비자 가격은 계속 상승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국제 가격에 맞춰달라고 식품업계에 직접 요구하자 CJ제일제당이 가장 먼저 밀가루 가격을 최대 10% 낮추기로 한 것이다.

제분업체 삼양사·대한제분도 밀가루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식품가 유지, 과도한 이윤 추구”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식품업계는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차관은 이날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기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동서식품 사장,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 이승준 오리온 대표 등 19개 기업 대표나 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한 차관은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곳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된 상황”이라며 “그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 곡물가격·유지류 가격 하락세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올렸던 품목들은 (재료 가격이) 반으로 떨어졌는데도 가격이 유지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촤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지속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식품업계와 지속 소통하며 물가안정 기조에 협조를 요청해왔고 업계의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1%로 올랐으나 가공식품 오름폭은 1.9%에 그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공감하며 가능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할당관세 물량과 품목, 기간 등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출과 연구개발(R&D)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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