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장
성현 산업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주주총회의 계절이다. 올해 주주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하다. 소액주주의 의견을 묵살하며 사측이 총수나 대주주의 의견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 흐름에 저물었다.

여기에 주요 주주간 분쟁도 잦아지면서 올해 주총에서는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치는 기업이 많다.

한미사이언스와 고려아연, KT&G, 금호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권 분쟁까진 아니더라도 회사 정책에 적극 개입하는 사모펀드도 늘어났다.

소액주주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주주만을 위한 사업 재편, 지분 조정으로 배임이나 횡령 의혹을 받다가 형사재판까지 받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닌 상황이기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의 경영 개입은 권장할만하다.

ESG경영을 중요시하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특히 대주주나 사내이사를 견제하라고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를 넘어 꼭두각시로 전락한 상황이기도 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 8일까지 주주총회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163곳(90.1%)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59곳(87.8%)보다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은 99.3%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곳만 보면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12곳의 찬성률이 100%였다.

다양성과 ESG경영, 주주환원 정책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 사외이사들의 견제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개입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점이 있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행동하기 보다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분쟁을 제기한 쪽을 지지한다. 분쟁이 치열해질수록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소액주주들과 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칫 불필요한 소란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소액주주 존중과 불필요한 분쟁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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