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빙과 3사,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법원, 임원에 집행유예…빙그레는 벌금형
“장기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취지 훼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아이스크림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빙그레와 롯데제과·롯데푸드(현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빙그레 법인과 롯데푸드·롯데제과·해태제과 임직원 4명에 대해 28일 유죄를 선고했다.

이준구 판사는 빙그레 법인에 벌금 2억원을, 빙그레·롯데푸드 임원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롯데제과·해태제과 임원은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빙그레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가 아이스크림 공급정책과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나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회사가 4년간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합했다고 지난 2022년 2월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사(담합 기간 중 롯데제과가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됨)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들 회사는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높은 지원율을 제시해 자신의 거래처로 바꾸는 영업 경쟁을 하지 말기로 합의했다.

합의를 어기고 경쟁사의 소매점을 빼앗아 갈 경우 대신 자신이 가진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주기도 했다.

합의가 잘 이뤄지자 자신감이 붙은 4개사는 납품 가격을 직접 올리는 담합에 나섰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실제로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은 거북알, 빠삐코, 폴라포, 탱크보이 등 튜브류 제품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했다. 2018년 1월에는 4개 제조사들이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 등 이른바 떠먹는 아이스크림의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에 일괄 판매하도록 입을 맞췄다.

같은 해 10월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가격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빙그레는 1600원에 판매하던 슈퍼콘의 가격을 15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4개사는 또 현대자동차가 2017∼2020년 진행한 4건의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도 낙찰 순번을 합의해 총 3건에서 입찰마다 3개사가 낙찰받아 총 14억원어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들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빙그레와 롯데푸드의 경우 조사과정에서 불성실한 협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이후 해태제과와 롯데제과의 임원들도 기소됐다.

이 판사는 “국내 4개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과 상대방 거래처 영업금지·마진율 이하 판촉행사·품목제한·아이스크림 구매 입찰 낙찰가 연속·반복적 담합 등으로 입찰의 공정성을 해치고 공정거래법 기본 취지를 훼손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에 걸친 공동행위가 4대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아이스크림 제품에 영향을 미쳐 위반 행위 정도·내용 등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들이 수행한 역할·지위에 비춰 가담한 정도도 가볍다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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