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증권가 "실망적VS기대감 지속" 팽팽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금융당국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우수 기업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기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시장 전문가 등이 모여 기업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한데 모을 예정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업 가치가 뛰어난 상장사를 모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올해 9월까지 개발하고 연내 이를 추종하는 ETF를 출시하기로 했다.

당국은 한국거래소가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종목을 추릴 예정이다.

밸류업 지수가 총 몇 종목으로 구성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첫 해엔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자기자본비용, 주가수익비율(PER)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2년차가 될 내년부터는 기업 밸류업 우수 표창을 받은 기업을 우선 포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현재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외에도 앞으로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을 함께 섞어 지수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기금 등 시장의 '큰 손' 기관투자자가 상장사의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에 활용한다는 원칙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 행동 지침)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계획에 담겼다.

당국과 거래소는 상장사들의 관련 공시 원칙, 내용, 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오는 6월에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하반기부터는 준비된 기업들부터 공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슷한 ETF를 출시한 일본 사례를 보면 일본 도쿄거래소의 JPX프라임150지수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해당하는 프라임마켓의 시총 상위 500기업 중 150곳을 선정해 구성했다. 이 중 절반인 75곳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이상이면서 자본수익률이 ‘플러스’인 기업이다.

나머지 75곳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일정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을 유지한 기업을 담았다.

다만, JPX프라임150지수를 추종하는 ‘아이프리 JPX프라임150 ETF’는 지난달 24일 상장 이후 전날까지 4.8% 올랐지만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와 토픽스지수가 각각 7.56%, 5.24%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에 업계에선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출시 초반부터 두드러진 모습을 보일지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건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ETF 방안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유인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일본 JPX Prime 150 지수의 성과도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관련 ETF들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돼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1개월 프라임 150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미쓰비시상사 등의 종목이 급상승하면서 닛케이지수 대비 (프라임 150지수가) ‘언더퍼폼(상대적 낮은 수익률)’ 한 것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면서 “해당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이 오히려 PBR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추가 대책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소진됐다"면서도 "후속 대책이 지속해서 뒷받침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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