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현대경제신문 김다경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자동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내연기관 차량 우대 정책을 펼친 영향이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엔진 차는 반드시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일시적으로 제동걸린 전기차 시장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9.1% 늘어난 1675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전년 대비 14%p 감소한 증가율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등록된 전기차가 전년 대비 33.5% 증가한 1407만대로 집계됐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2022년과 비교해 33.5% 증가한 수치다. 

SNE리서치는 올해에는 총 1675만대의 전기차가 등록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낮은 19.1%의 증가율이다.

전기차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전기차 초기 시장에 얼리어답터가 적극적으로 구매를 선도한 이후 대중화되기 이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캐즘(Chasm)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관련 정책이 후퇴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전기차 성장이 더욱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의회 제1당인 EPP(European People’s Party)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빠른 시일 내에 되돌릴 것’이라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후 금지 시기를 5년 연기한 바 있다.

독일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 전기차 판매 감소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공언하며 전기차 전환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공격하고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는 배기가스 규제를 없애겠다는 게 트럼프의 목표다.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가격 인하 전략이 실패하면서 마진율 방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와 같은 대체재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겨울 북미에서 혹한으로 방전이나 충전 지연 등 전기차 약점이 드러나면서 전기차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성장률 둔화에 떠오르는 하이브리드

이에 탄소·연비 절감이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가 떠오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닛케이 신문은 지난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를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14개국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421만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판매는 28% 늘어난 1196만대였다.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비교해 판매량은 3분의 1에 그쳤지만 판매량 증가율에서는 30%로 2%포인트 높았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유럽에서도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39만대로 전년보다 28% 더 팔렸다.

특히 전기차 후발주자로 불렸던 도요타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차를 344만대 판매했다. 이는 전년보다 32%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도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3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오토살롱 2024’에 참석해 “전기차 전환에도 시장 점유율의 30%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머지 70%는 하이브리드차나 수소 전기차나 수소 엔진차 등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진 차는 반드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車업체 하이브리드 출시 잇따라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주력 모델에 하이브리드 선택지를 추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주면서 차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혼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후지무라 에이지 혼다 CFO는 지난 8일 “하이브리드카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고 인센티브도 덜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혼다는 올해 시빅 하이브리드도 미국에 미국에 출시하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예고했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북미 지역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재출시하겠다”고 말했다.

BMW는 올해 5 시리즈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국내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AMG 제품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추가할 예정이다.

최근 메르세데스-AMG GT63 S E에 대한 환경부의 배출·소음 인증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올해 E클래스와 CLE 쿠페, 마이바흐 GLS 등 주요 모델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안에 다목적차량(MPV)인 스타리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기아는 내연기관 모델로만 판매 중인 소형 SUV 셀토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 3세대 모델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선언했던 제네시스도 국내외 딜러, 자문위원회 등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준비가 되지 않은 고객을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수요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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