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일본 보다 10년 빨라
김철주 생보협회장 “시니어케어산업 적극 지원”
삼성생명 시니어사업 출격에 경쟁 불 붙을 듯
보건복지부 “토지·건물 규제 완화 계획 없어”

[현대경제신문 홍지수 기자] 노인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시니어 대상 진출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의 미온적인 민간 요양업 투자 유도 정책은 생보사들의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편집자주]

[자료=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8.4%인 950만명이다.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25년에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연간 개인 총 소득 증가로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의 학력수준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65세 이상 독거노인 세대는 187만 5,270가구로 전체 노인의 20%를 초과했다.


생명보험업계의 블루오션 ‘시니어케어산업’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해 요양산업은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생의 전반을 살피는 생명보험업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10년간 베이비부머의 고령인구 진입과 후기고령자(75세 이상)의 증가로 요양 대상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된 것이다.

김철주 신임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과거 인지사업이었던 생명보험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에 직면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헬스케어 서비스 및 시니어케어 산업의 진출을 적극 지원해 국민의 전 생애를 관리하는 사회안전망 역할로서 보험산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요양시설 이용자 수는 2023년 25만명에서 2065년에는 83만 3,000명으로 연평균 3.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75세 이상 인구수의 증가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에 시니어 산업과 연계성을 갖는 보험사들이 확보된 노년층을 대상으로 사업구상에 한창이다. 최근 삼성생명은 기획실 산하 시니어리빙 사업을 검토하는 TF 신설을 밝혔다. 이로써 보험사들 간 경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3분기 기업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시니어케어 시장 성장 잠재성에 주목한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시니어케어 관련 사업은 범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개입 외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보험사가 요양사업 진출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보험사들도 시니어케어 관련된 요양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블카운티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타 보험사보다는 좀 더 면밀한 사업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노블카운티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일반세대, 프리미엄세대, 요양센터로 구성돼 건강한 노인부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까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관리한다.   

최초로 요양업에 진출한 보험사는 KB라이프생명이다. 올해 10월 요양 서비스 업체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달 말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실버타운인 ‘KB 평창 카운티’의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실버타운 특성상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11월 8일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 조감도 및 프라이빗 다이닝룸, 라운지, 피트니스, 스파 파우더룸 등 커뮤니티 시설(오른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을 공개했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11월 8일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 카운티’ 조감도 및 프라이빗 다이닝룸, 라운지, 피트니스, 스파 파우더룸 등 커뮤니티 시설(오른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을 공개했다.

앞서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17년 강동케어센터를 개소했다. 이후 서초·위례에 노인장기요양 시설등급 판정을 받거나 치매·뇌졸중·만성질환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대상으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KB라이프생명은 은평·광교·강동에 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2025년까지 도심형 요양시설인 빌리지를 개관해 요양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도 지난 2021년 8월부터 TF를 꾸려 요양서비스사업 모델을 구상해 왔다. 올해 초 노인 요양사업을 진행할 자회사 사업부문을 신설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반기에는 서울 은평구에 부지 매입을 완료했으며 2027년까지 실버타운 증축을 목표로 한다. 현재 자회사 신한큐브온에 사업을 이관해 당국 승인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월 요양사업과 헬스케어사업 관련 TF를 발족해 신규사업을 모니터링했다. NH농협금융지주와 협의를 통해 내년 요양서비스 관련 보험상품 개발을 본격화할 것을 선포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할 수 있는 신규사업들 중 수익성 사업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요양시설 건립의 경우 초기 비용 투입이 많이 들기 때문에 관련 규제완화가 된다면 진입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제는 보건복지부의 민간 보험사 요양시설 규제 완화 


민간 기업들의 원활한 요양산업 진출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요 대비 부족한 요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요양시설의 건물과 토지 소유’ 등과 같은 규제 완화와 도심 내 시설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보험사의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활성화’ 간담회를 통해 국내 요양시장이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대도시의 공급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은 거주하던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민간 기업들은 지역밀착형 규모건립을 우선시한다. 

금융위는 대도시의 경우 요양시설의 수요가 높지만 지가·건축비용이 많이 소요돼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는 30인 이상의 요양시설 설치를 위해 사업자가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 임차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향후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에 공립·민간요양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특정 지역과 일정 규모 비영리법인 등을 조건으로 임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간 보험사의 요양시설 진출과 관련된 규제 완화 정책안은 포함되지 않아 보험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산간벽지 중심으로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며 “시골 동네의 경우 개인시설 조차 들어가지 않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요양 시설들이 지정된 이후 유효기간이 6년이 되면 기한이 만료되는데 지정갱신제를 도입해 부실기관 여부를 판단해 갱신하고 있다”며 “장기요양시설들의 퀄리티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보험사 토지·건물 관련 규제 완화에 관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며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야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보다 빠른 우리나라 초고령사회,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 시급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규모 및 시설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설비를 갖추고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업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는 요양 서비스 자회사를 합병해 2018년 ‘솜포케어’를 설립했다. 솜포케어는 50~60명 수용 정원 규모로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시설을 확산하고 있다.

입소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요양 인력은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관리와 데이터기반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2009년부터 요양 인력의 급여개선을 해왔다. 부족한 요양 인력 충원을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과 경제연계협정(EPA)을 체결했다. 장년·고령층과 여성, 학생의 요양 관련 수강을 지원하고 요양복지사자격 취득자금 대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솜포케어는 기업대학을 설립해 요양직원 커리어 관리를 적극 지원한다. 또 요양직 연수입을 간호사의 평균 급여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21년 데이터기반의 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한 ‘과학적 요양 정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노인보건시설 등에서 운용되고 있는 재활 평가 데이터 수집 시스템과 과학적 개호 정보 시스템을 일체화한다.

또한 소형로봇(입소자 출입관리), 배뇨센서(고령 입소자의 소변량 측정), 움직임 센서, 수면 센서 등 다양한 로봇·센서 기술을 적용했다. 요양 종사자의 육체적·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인 입소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1971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06년 65세 인구가 20.2%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급속도로 고령인구가 늘어나 2025년을 기점으로 25년만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시의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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