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지난 8월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회사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기술 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와 증권신고서를 확인한 금융감독원, 상장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으로 비난이 향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투자자들만 억울한 상황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파두는 기술 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지만 상장 당시 ‘올해 매출 1,200억원’을 자신했던 회사가 최근 6개월(4~9월)간 4억원도 안 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주가는 9월 12일 기록한 고점 4만7,100원에 비해 반토막 넘게 떨어졌다.

기술특례 상장은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매출액, 이익, 시가총액 등 요건을 엄격히 따지는 일반 상장과 달리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전문 기관의 기술 평가를 받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2005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203개의 기업이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사가 8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네 곳 중 한 곳은 기술특례 기업인 셈이다.

기술 특례 상장이 대폭 늘면서 부실 상장 의혹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술 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스팩합병·상장폐지 종목을 제외한 149곳 중 102곳(68%)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상장이 취소되진 않는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 폐지된 경우는 유네코 단 1개 사에 불과하다. 유네코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아직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장 폐지된 기술특례 기업은 없다.

다만 기술특례 기업의 경우 대부분 미래 추정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하기에 실적 추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금감원은 지난달 실적 추정 관련 공시 서식을 표준화하고 실적 근거를 항목별로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율이 높을 경우에 작성 지침도 통일했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 이번 개선사항에 대한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제도 개편이 주관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들이 원래 기술특례상장의 취지와는 반대로 성장성보다 안정적 실적을 가진 기업 상장을 주관하게 돼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규 상장기업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는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올바른 성과를 내놓는 기업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한 한국거래소,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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