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하는 조합 급증

[자료= 김병기 의원실]
[자료= 김병기 의원실]

[현대경제신문 김지우 기자] 고금리·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해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상승하자 공사비 인상폭이 예년보다 커졌다. 이에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도 속출되고 있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 검증 의뢰 제도를 도입한 이후 검증 의뢰 건수가 매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2건에 불과했던 의뢰 건수는 지난해 32건으로 급증하며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시공사들이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높이자 공사비 검증에 나선 조합이 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검증에 법적 강제성이 없고 검증에만 수 개월이 걸리다 보니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갈등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이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하더라도 급증한 공사비로 인해 시공사가 섣불리 수주전에 나서지 않는다.

일례로 부산 시민공원 촉진 2-1구역 조합은 올해 6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뒤 시공사 재선정을 시도했지만 입찰한 건설사가 없어 최근 두 번째 입찰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합은 계약을 해지한 기존 시공사와 협의를 다시 진행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경기 남양주시 진주아파트재건축정비조합과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건축 조합은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가 기존 시공사인 서희 건설, GS건설·HDC와 다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공사비 분쟁 완화를 위한 조정 전문가 파견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이나 시공사가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검토를 거쳐 관련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또 지난달 26일 발표한 공급대책에 ‘민간 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 등의 공사비 조정 기준을 세우길 권유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포함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강제성 없는 조정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책 제시를 희망하고 있다. 공사비 검증 결과와 개선안은 권고 사항에 불과해 분쟁을 충분히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증액하면 조합원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의 강제성 없는 조정으로 시간만 허비하기보다 사전에 시공사가 공사비를 제멋대로 증액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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