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부인·딸, 구광모 회장에 유산소송
양측, 첫 변론부터 두시간 넘게 공방 펼쳐
원고 측 “유언장 있는 줄 알고 상속 포기”
피고 측 “원고 요구 수용한 합의서 존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사옥 [사진=LG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사옥 [사진=LG그룹]

[현대경제신문 정유라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모친·여동생이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유산을 두고 벌이는 상속소송 첫 변론에서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5일 오후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지난 2004년 큰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된 후 2018년 LG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지난 2월 28일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2018년 5월 별세한 구본무 회장의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이 소송을 냈다.

원고 측은 앞서 변론준비기일에 “김영식·구연경 씨는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유산 배분) 협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본무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 등 총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구연경 대표는 LG 주식 2.01%를, 구연수씨 0.51%를 받았다.

이를 포함해 세 모녀가 상속받은 재산은 총 5000억원 규모다.

이날 변론에서 원고 측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범종 사장은 LG그룹 오너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LG 회계관리팀의 담당 임원이다.

원고 측 변호인은 하범종 사장이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고 밝히자 “그런데 증인은 원고들에게 유언장이 있다는 언급을 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범종 사장은 “구본무 회장이 2017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기 하루 이틀 전에 저를 불러 (경영권 승계를) 얘기했다”며 “구본무 회장은 ‘회장은 구광모가 해야 하는데 (당시) 구광모의 지분이 부족하니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본무 회장의 본인의 개인 지분 전체를 구광모 회장에게 넘기는 것으로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하 사장은 또 “제가 사무실에 돌아와서 이걸 (서류로) 정리한 뒤 다음날 다시 구본무 회장을 찾아가 직접 서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고 세명과 구광모 회장이 이 메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고 측 변호인은 “원고들은 이 메모를 본적이 없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 서류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하 사장은 “회계관리팀은 통상적으로 업무가 끝나면 서류를 파기하는데 이 메모도 (구본무 회장의) 상속세 업무를 끝낸 뒤 폐기됐다”고 말했다.

다만 “유효한 유언장도 아니고 이 메모대로 상속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변호인은 하 사장을 상대로 구광모 회장의 지분 승계가 가문의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구광모 회장이 장차 LG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이란 말을 여러번 들었냐”고 물었다.

또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회장은 평소에도 (구광모 회장이) 가능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질의했고 하 사장은 두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했다.

특히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원고들과 구광모 회장이 수차례의 협의 끝에 작성한 상속 재산 분할 합의서를 공개했다.

총 3차에 걸쳐 마련된 합의서였다.

피고 측 설명에 따르면 첫 합의는 2018년 6~7월에 진행됐다.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11.28%를 전부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고 구본무 회장의 예금과 미술품 등 개인재산은 세 모녀가 물려받는 것이 골자였다.

세 모녀는 이에 동의했으나 이후 김영식 여사가 불만을 표시했다.

두 딸의 LG 상속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이에 구광모 회장은 2018년 10월 (상속 대상 중) LG 지분 2.52%를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에게 나눠주는 안을 제시했고 양측은 합의했다.

하지만 김영식 여사가 또다시 사회복지재단에 유산 추가 기부를 요구했고 구본무 회장 소유의 미술품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양측은 2018년 11월 1일 3차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는 김 여사 등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구본무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메모는 정식 유언장이 아니기에 유산은 상속인 간 협의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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