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올 초 채권 매입 등 기관투자자 역할 촉구
저축성 만기·자본성증권 상환 등 유동성 우려는 여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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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사들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3조원에 육박하는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의 영향이 큰 데다가 향후 유동성 우려도 여전해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9,464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는 1조8,859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하며 두 달 새 3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매수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총 3조4,918억원의 채권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레고렌드 사태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1조2,363억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 등 꾸준히 채권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올해 초 '보험업계 CEO 간담회' 자리서 보험업권에 대한 기관투자자 역할을 강조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업계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장기자금을 제공해 자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올해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따른 정상기업의 부실화가 촉발되지 않도록 채권 매입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 같은 채권 순매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이슈가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채권 현황을 보면 여전히 6,59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성 보험금, 채권 상환액 규모 역시 무시 못할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 21곳이 판매한 저축성보험(이하 퇴직연금·연금저축 제외)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한 보험금은 12조8,358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신용평가도 올해 보험업권 자본성 증권 조기·만기 상환 규모를 전년도(추정치 기준 2조1,191억원) 대비 2배를 웃도는 4조6,278억원으로 추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성 보험 규모가 적지 않은 데다가 채권 조기·만기 상환액도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어서 채권 매도세가 거세지 않지만 언제든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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