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의성 제고·보험금 삭감 근절 미지수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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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회사를 통한 '셀프 손해사정'을 막기 위해 손해사정 비율을 공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소비자의 편의성, 규제 사각지대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적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최근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각 보험사에 안내했다.

손해사정은 보험금 지급 과정의 첫 단계로 사고 발생 시 원인과 책임관계를 조사, 적정 보험금을 사정·산출하는 업무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결정은 서류심사만으로 대부분 이뤄지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는 손해사정을 실시한다.

개정안에는 앞으로 보험사가 손해사정 관련 업무를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자에게 위탁하는 범위가 '직전 연도 손해사정 위탁 건수의 50% 수준'으로 권고되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이 비율을 초과해 위탁한다면 '선정기준'과 '선정 결과' 등을 연 1회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손해사정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자 보험업계와 자체적인 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자회사를 만들어 손해사정 업무 70% 이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책정해 '셀프 보험금 산정'에 나서는 등 공정성 논란이 지속돼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보험업권의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보험 관련 민원에서 손해사정 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에 불과하지만 관련 민원은 2017년 117건에서 2022년 278건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소비자들에게 공시를 통해 자기 손해사정 비율이 높은 보험사를 알리겠다는 것이 이번 모범규준 개정 취지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해당 지표를 들여다볼지는 의문이 따른다.

또한 셀프 손해사정 등으로 보험금 삭감을 유도하고 성과지표로 활용하는 등의 행위가 근절될지도 미지수다. 손해사정 일감을 공급하는 보험사들은 정해져 있는 반면 손해사정사들의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행위들이 근절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일을 또 따내야 하는 위탁손사 입장에선 보험금을 축소토록 하는 보험사의 압박을 무시할수만은 없다”며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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