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마침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쳐지면 자기자본이나 규모 면에서 향후 은행권 2~3위로의 도약이 가능해져 금융권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아울러 기존의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해서는 비(非)금융 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것으로 판명했다.

◇론스타 “산업자본 아니다”

금융위는 그동안 론스타 문제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론스타는 경영 악화에 허덕이던 외환은행을 2003년 인수했고, 이듬해 자회사인 외환카드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아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했다.

앞서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한 상태였는데, 외환은행 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왔다.

론스타는 전 세계의 부실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헐값에 사들인 뒤 경영이 정상화돼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비싼 가격에 팔아 투자 수익을 올려왔는데, 외환은행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고(高)배당 논란 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게다가 2003년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했다는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돼 금융 당국은 이를 오랜 기간에 걸쳐 조사해왔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론스타가 소유한 골프장 등 해외 계열사를 위주로 조사 후 금융자본이 아니면 당초의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게 외환은행 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론스타 계열사를 직접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현실적으로 조사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문제점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냈다.

금융위는 론스타펀드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론스타펀드IV는 은행법 제2조 1항의 규정에서 정한 비금융 주력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8년 전에 한 편입 승인 자체를 이제 와서 무효화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4강체제 재편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자산규모 331조원으로 재탄생한 하나금융지주는 KB·우리·신한금융지주와 함께 금융지주 4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로선 새롭게 전개될 금융시장 판도에서 주도권 경쟁에 나설 덩치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타 금융지주의 생존기반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가장 긴장하는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민영화 절차가 남아있는 우리금융지주로선 하나지주의 빠른 행보 및 이에 대응하는 시기를 놓칠 경우 경쟁대열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으로 처할 수 있다.

우리금융 측은 “유로존 위기 등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일단 금융시장 동향을 지켜보며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세계적으로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연 확대 경쟁이 펼쳐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스크 관리와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게 관건이다.

다만 외환과 관련한 움직임에는 다소 주의하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환과 국제 원유와 관련해 흔들림이 있을 것 같다”며 “외환은행이 인수됨으로써 로열티가 문제가 돼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싶은 거래처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대비하고 있다. 현재의 MS(시장 점유율)로 볼 때 갑자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최근의 영업 방식 속에 인수 이후의 대응책이 들어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수환 부행장은 “지난해 조준희 행장이 취임한 뒤 중소기업에서 외환으로 거래하는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이러한 영업 패턴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대응책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Two Bank’ 체제 유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외적 문제는 일단락 났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양측에서 서로 합병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양쪽 의견이 엇갈린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현재 급여 차이가 크게 나고, 합병 후 불필요한 인력은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외환은행 입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합병에 대한 반대의지가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급여 문제는 하나금융 측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라며 “국책은행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했는데 이렇게 은행 간판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은 외국환 거래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굳이 하나은행에 합병되지 않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연봉을 맞추고 구조조정 없이 다 같이 가겠다”며 인수 후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합병 후 두 은행을 '투 뱅크'(two bank) 체제로 유지해 각자의 강점인 외국환 거래나 개인금융 등을 특화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이 합병하면 조직과 제도의 통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역시 향후 몇 년 동안만 유지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등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에서는 “론스타는 분명한 산업자본”이라며 오는 4월 총선 이후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특검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숙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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