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전경련 등 업계에 따르면 2011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6%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경기실사지수가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하는 등 경기침체 장기화 먹구름이 감싸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지난해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3.6% 증가했다. 수출이 10%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2%로 전년대비 4.1%에서 절반가량 줄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25%에서 3.8%로 급감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1.4%에서 -6.5%로 대폭 감소했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전년 대비 7.1% 성장하면서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서비스업 증가율은 2010년 3.5%에서 2.6%로 둔화됐고, 건설업(-5.6%)은 감소세가 확대됐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39조7천억원에서 65조9천억원으로 늘면서 GDP 성장률을 하회했다.

◇내수부진․수출감소가 큰 이유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9년 4분기 GDP 성장률 0.2%를 기록한 후 최저치다. 민간소비와 설비 등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감소세로 전환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4% 성장했다.

민간소비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등 재화소비 부진으로 0.4%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줄면서 5.2% 줄었다. 건설투자는 비주거용 건물 건설 등을 중심으로 0.3% 감소했다. 특히 수출은 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입은 금속제품 및 일반기계 등을 중심으로 각각 1.5%, 3.1% 감소했다.

◇유럽 재정위기, 유가상승 등이 원인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이하 경기지수) 조사 결과 2월 전망치 원지수는 91.0을 기록해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이는 지난 1월 보다는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 같은 경기지수 조사결과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이란발 유가상승 압력 등의 대외 악재로 수출환경 악화, 물가급등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상쇄할 내수 및 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아 기업들의 자금사정 및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또 16일(현지시간) 구제금융 수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마저 1단계 하향 조정돼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만기 도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위기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전염될 우려도 있다.

중국의 경우 2011년 4분기(10~12월) 성장률이 2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8%대로 떨어졌고, 외환보유액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4~6월) 이래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이미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역시 대유럽 수출 감소 및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11월 무역수지 적자가 전월 대비 10% 가량 확대되는 등 실물부문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악재속 국내 1월 무역수지 23개월만에 적자 예상

이 같은 어려움 속에 우리나라 역시 1월 무역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가 예상되는 등 국내기업들의 수출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여 원유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은 이란산 원유의 금수 조치를 마련하고, 이란은 이에 대항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훈련 실시 및 동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조정관이 한국의 이란 제재동참을 요구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면전 등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국내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대내적으로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들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 수출 뿐 아니라 내수경기 역시 둔화되는 양상이다.

◇정책적 뒷받침 시급

또 이 같은 대내외 여건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정책 여력 역시 감소하고 있다.

물가불안과 가계부채, 경기둔화 사이에서 기준금리는 7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2013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 아래 복지재정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집행 여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의존도 상승, 원리금 상환능력 감소 등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져 향후 이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 미국 등에서도 경기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당연한 만큼 업계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이하 경기지수) 조사 결과, 전망치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92.7)과 서비스업(88.8)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세부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업(114.8), 의약품 제조업(111.1), 의료, 정밀, 전기 및 기타기계(106.1)의 세 업종만이 긍정적으로 전망된 반면, 방송·통신업(73.3), 건설업(79.3), 운송업(80.0),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80.4) 등은 부정적으로 나타됐다.

기업경기실사지수 1월 실적치는 88.6을 기록해 2011년 3월 이후 기준선 100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고용(102.5)을 제외한 채산성(90.1), 내수(90.6), 수출(92.4), 자금사정(95.0), 투자(98.4), 재고(106.3) 모두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중 경공업(101.4)은 음식료품(109.7), 펄프·종이 및 가구(106.3)를 중심으로 호전됐으나,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86.4)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학공업(79.6), 전자 및 통신장비(73.5), 자동차·트레일러 및 기타운송장비(75.9),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76.1) 등 조사대상 전 업종이 전월대비 낮은 실적을 거뒀다.

서비스업(94.2)의 경우 전기·가스업(133.3), 지식·오락서비스업(117.6)의 실적은 좋았으나, 방송·통신업(60.0), 건설업(84.5), 운송업(86.7) 등은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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