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복제 불가. 미래 보안 필수 기술 부상
통신 넘어 금융·의료·국방 등 활용처 무궁해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 규모 5년간 5배 증가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의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이 양자암호 무대로 확대됐다. 최대한 빠르게 기술 표준화를 달성, 미래 통신보안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양자암호 분야에서 치고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경쟁 과열 분위기 속 누가 최후 승자에 오를지 이목이 집중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들은 양자암호통신 확대 적용 사례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 기술 표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이란 복원, 복제가 불가한 양자의 특성을 컴퓨팅, 통신, 센서 등에 접목하는 기술로, 송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어 차세대 통신보안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금융, 의료, 국방,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데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신사업과 융합도 기대된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보니 국내 통신업체들 또한 사활을 걸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확대에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은 지난 2018년 1억 달러(약 1200억원)에서 2023년 5억 달러(약 6000억원)로 5년 사이 5배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편집자주]

장혜덕 에퀴닉스 코리아 대표(왼쪽)와 하민용 SKT Innovation Suite 담당이 양자암호 비즈니스의 국내외 확대 협력 등에 대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SKT>
장혜덕 에퀴닉스 코리아 대표(왼쪽)와 하민용 SKT Innovation Suite 담당이 양자암호 비즈니스의 국내외 확대 협력 등에 대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SKT>

SKT, ‘SKB컨소시엄’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적용·구축

SKT는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를 2018년 인수한 후 양자암호통신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프로젝트에서 38개국 양자통신 회사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 바 있으며 지난해 자체 개발한 양자암호기술이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에서 산업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SKT와 SK브로드밴드, IDQ 등으로 구성된 'SKB 컨소시엄'은 여러 양자암호 국책 과제를 수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8개 기관 9개 구간에 양자암호통신망을 적용, 구축을 완료했다. SKT는 향후 의료, 공공, 산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고 전국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양자암호 하이웨이(Highway)'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방식에 따라 양자키분배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로 나뉘는데 SKT는 QKD 양자암호통신망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SKT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Equinix)와 '서비스형 QKD'를 비롯한 양자 비즈니스 확대에 관한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서비스형 QKD는 기업체의 본사 및 사무실과 데이터 센터를 연결하는 기업용 전용회선을 양자암호로 보호하는 서비스다. SKT는 연내 서비스형 QKD 상품화를 추진해 이를 기업용 구독 모델 서비스로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민용 SKT 이노베이션스위트장은 “보안이 최우선인 국가 주요 시설을 넘어서 산업·민간에 걸쳐 양자암호통신이 폭넓게 기여할 수 있게 된 점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양자암호의 저변을 넓히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연구원들이 대전 KT대덕제2연구센터에서 '양자 하이브리드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KT 연구원들이 대전 KT대덕제2연구센터에서 '양자 하이브리드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KT, 독자 개발 양자암호 통신 품질평가 기준 국제표준 승인

KT는 지난달 독자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기준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으로 승인받았다. 승인받은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 평가 기준은 응답지연, 응답지연변이, 손실율에 따라 특화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적용해 서비스 품질을 측정할 수 있다. KT가 제안한 표준은 실제 현장에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을 균일화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KT는 이 기준을 자체 운영 중인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에 적용했다. 강원도청과 2군단은 실종자 탐색용 드론의 영상 송수신 체계에 KT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접목했으며 제주도청은 해킹이나 외부 침입에 의한 자율주행차량 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 구간에 KT의 양자암호통신 솔루션을 적용해 차량과 관제센터 간 통신 내용을 보호하고 있다.

K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중공업에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특수선 통신실과 연결, 원격에서 특수선 시설물 외부침입을 차단해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조선소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KT는 상반기 중 양자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QKD 방식으로 전송거리를 확대하기 위한 양자암호 중계기 개발 관련 기술증명(PoC)을 진행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렴한 유무선 양자 VPN(가상사설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퀀텀 데이터 센터도 구축한다.

LG유플러스 직원이 양자내성암호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이 양자내성암호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양자내성암호기술 채택해 실증사례 확대

LG유플러스는 양자 컴퓨터의 공격을 직접 막아낼 수 있는 양자내성암호(PQC) 개발 및 상용화에 힘을 싣고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암호에 양자 컴퓨팅 연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삽입, 양자 컴퓨터도 해독에 수억년이 걸리도록 만든 새로운 암호체계를 말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크립토랩, 코위버와 함께 광전송장비(ROADM)에 장착되는 양자내성암호 암호화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크립토랩은 천정희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 겸 산업수학센터장이 설립한 암호기술기업으로 양자내성암호, 암호화된 상태에서 원본 데이터를 연산할 수 있는 동형 암호 등에 특허를 보유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서비스에 대한 공공·민간 분야 검증을 마쳤다. 현재 서울대, 코위버 컨소시엄을 구성해 평택 LG이노텍 공장과 부산 LG이노텍 데이터센터(IDC)를 연결하는 구간에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본사와 평촌IDC AWS를 연결하는 10G 전용회선 1개에도 암호화 구간을 구성하고 하이브리드-PQC 전용회선을 제공, 티켓 구매 서비스에 응용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올 상반기 중 기업용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양자보안을 강화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여 공공·금융 시장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국내 기업 등 민간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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