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핀테크 금융업 진출 활발
빅블러 현상 속 대비 분주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주요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강화’를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존을 위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진행된 조직개편에서도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정비하는 등 디지털 부문 확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식에서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경영방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식에서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경영방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시중은행장들은 올해 최우선 과제를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정했다.

올해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혁신금융 바람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빨라지면서 금융·비금융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된 영향이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제는 은행도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제공해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최근 취임사를 통해 “모든 비즈니스(Biz) 분야를 선도하며 금융 플랫폼 대전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모델 강화 등 네 가지 핵심 경영방향도 제시했다. 

이 행장은 “자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스타뱅킹 등 KB의 플랫폼을 금융뿐 아니라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수퍼앱으로 진화 시켜 비대면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불확실한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핵심 성장 분야인 자산관리(WM), 기업금융투자(CIB), 자본시장, 글로벌 부문과 마이데이터, 플랫폼 Biz 같은 디지털 신사업 부문에 경영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분기 임원 본부장 워크숍에 참석해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분기 임원 본부장 워크숍에 참석해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은행이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진 행장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올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뉴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신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집중해 독보적인 플랫폼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영업점은 테크기업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고유의 플랫폼이다”며 “창구체계 혁신을 통해 고객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오프라인 채널 혁신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여 궁극적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옴니채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전통적인 은행의 틀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객 중심의 No.1 금융플랫폼’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플랫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시장을 조기에 선점해 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행장은 “아직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경쟁사 간의 눈에 띄는 차별점이 크게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는 수집한 데이터들로부터 유니크한 ‘고객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무한 경쟁이 이미 펼쳐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강력한 무기인 대면 채널을 고도화한다면 온라인 위주의 빅테크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조직개편 방점

은행들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의지는 조직개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은행들은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디지털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세분화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플랫폼의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조직인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체계적 대응을 담당하는 ‘디지털신사업부’와 KB인증 생태계 확장을 담당하는 ‘인증사업부’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KB스타뱅킹이 금융과 생활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슈퍼앱이 될 수 있도록 ‘금융플랫폼본부’, 고객경험 개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UI·UX 전담 조직 ‘고객경험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 전담 조직 ‘디지털콘텐츠센터’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핵심 전략과제를 신속하게 실행하기 위해 본부에 ‘플랫폼 개발 Tribe(디지털개인 플랫폼 통합 개발)’, ‘RE:Platform Tribe(혁신적인 뉴 앱(New App) 개발)’ 등을 포함한 6개의 트라이브(Tribe) 조직을 신설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트라이브 조직은 부서 칸막이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조직 형태로 구성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돼 은행 전체 조직의 실행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 등 4개 부문으로 재편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개인 고객 대상 영업 부서인 개인 부문에 ‘디지털전략그룹’을 배치하고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해 앞으로는 소매금융 영업에도 디지털을 접목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산하에 ‘DT(Digital Transformation) 혁신본부’를 신설했다. DT 혁신본부는 앞으로 은행 디지털전환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리은행도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 차별화된 금융플랫폼 구현, 비대면 고객관리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우선 개인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리테일디지털본부’를 신설했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도 디지털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해당 본부 산하에는 개인고객 금융상품을 개발·운영하는 ‘개인금융솔루션부’와 비대면 채널·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개인금융플랫폼부’가 신설돼 대면뿐만 아니라 비대면으로도 고객에게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담부서인 ‘마이데이터(MyData)사업부’도 신설했다.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을 결합하기 위해 ‘혁신기술사업부’도 새롭게 꾸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시장에서 경쟁력도 강화된다면 앞으로 고객 중심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리성과 혁신성을 내세운 빅테크 플랫폼들이 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금융생태계에서도 영향력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은행권 전반에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이에 경영체질 개선과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 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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