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 30조 순매도에 '흔들'
8월 코스피 수익률 G20 국가 중 최저
"금리상승 국면 저평가 가치주 투자 유리"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미국발 조기 긴축 공포가 확산하면서 코스피지수가 4개월여 만에 3,100선 아래로 추락했고 코스닥 역시 두 달 만에 1,000선이 붕괴됐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달리 국내 증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등이 이유다. 전문가들은 가치투자와 경기민감주등 시장변화에 맞는 투트랙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편집자주]

코스피가 외국인의 11거래일 매도세로 3,100선이 무너졌다.<연합>
코스피가 외국인의 11거래일 매도세로 3,100선이 무너졌다.<연합>

던지는 외인 막는 개인

국내증시는 현재 외국인은 팔고 개인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29조1천367억원)·코스닥시장(1조462억원)에서 총 30조1천829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매도 금액(24조7천128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4월(829억 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월 모두 순매도를 나타냈다.

특히 매도세는 이달 들어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지난 24일 기준 6조5천717억 원을 팔아치웠는데 이는 지난 5월(9조216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도 액수다. 지난 13일에는 하루 동안 2조6천989억 원을 팔았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69조4천727억 원을 순매수했고 이달에는 6조5천18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던진 물량을 다 받아낸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하면서 코스피지수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23일 기준 코스피 수익률은 -4.43%로 G20 각국 대표 주가지수 중 중국(-0.87%·17위), 일본(-0.99%·18위), 브라질(-3.08%·19위)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출회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8조6천61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해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 비중은 51.82%에 그쳐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며 “배경은 추가 정책 자극 감소, 반도체 가격 사이클 하락 우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여타국보다 과하다”며 “코스피가 그동안 많이 올랐고 글로벌 경기 전환국면(모멘텀)이 정점에 다다른 것 같으니 모멘텀에 민감한 수출 중심의 한국 시장을 미리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도 국내 증시가 상승 전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수급이 순매도에서 매도·매수 등락으로만 전환해도 증시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수 전환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스피가 반등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며 “외국인이 순매도와 순매수를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용시장이 만족할 만큼 회복하기 전까지 완화적인 입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시장 추세는 10월까지 미국 고용지표 발표와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해석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자료=현대차증권>
<자료=현대차증권>

가치·경기민감주 투자비중 늘려

올 하반기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자산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논의를 공식화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가치주와 경기민감주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미국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24일(현지시간) 0.52% 상승한 1만5019.8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가 장 마감 기준 1만5000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2월 1만4000을 넘어선 지 6개월 만에 1000단위 상승에 성공했다.

같은날 대형주 중심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지수도 6.70포인트(0.15%) 오른 4,486.23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S&P500지수는 지난해 3월23일 최저치 2237.40을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0.02포인트(0.31%) 오른 3만5625.40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반면 최근 국내 증시 추이는 암울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4일 48.09포인트(1.56%) 오른 3,138.30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9일(3,097.83) 3,100선 밑으로 추락한건 올해 4월 이후 4개월 만이다.

8월 초만 하더라도 3,300선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한 주 만에 급락 반전해 3,200선까지 무너졌고.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3,100선도 무너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변동폭 확대에 따라 주요 자산 수익률은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가치주와 경기민감주 등으로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치주(저평가된 주식)와 성장주(고평가 논란이 있어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주식)로 나눠서 보면 가치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공매도로 그동안 고평가된 성장주가 조정을 받고 있고 향후 금리 상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가치주와 경기민감주가 시장에 대응하기 좋다는 의견이다.

이재선 하나금투 연구원은 “이익 추정치가 상향조정 되는 단기 낙폭과대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3분기 실적 상향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8월 비즈니스모델(BM) 대비 낙폭이 두드러진 업종은 화장품과 의류, 운송, 디스플레이, 에너지, 비철, 기계, 철강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소비재와 메타버스, 빅테크,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등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종목들은 글로별 경제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이라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며 “플랫폼과 전기차, 반도체 종목 등 고점 논란은 있으나 여전히 경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라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삼성증권은 모빌리티, 경기민감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할 것으로 권고했다. 모빌리티에서 삼성SDI, 기아, LG전자, 에코프로비엠, SKC가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치주에서는 포스코, 삼성물산, 이마트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에 금이 갈 만한 요소는 아직 부재하다”며 “국내증시 곳곳에서 과매도 신호가 포착되는 만큼 점진적 반등을 대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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