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마일 자동차보험 1년3개월만에 20만 건 돌파
카카오 보험업 진출 위기론에 “파이 키울 기회”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2층 자양 회의실에서 열린 '고객에 대한 바른생각, 바른행동 실천 서약식'에서 정일문 사장(가운데)과 박종배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임직원 대표가 실천 서약에 서명하고 있다.<사진=한국투자증권>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2층 자양 회의실에서 열린 '고객에 대한 바른생각, 바른행동 실천 서약식'에서 정일문 사장(가운데)과 박종배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임직원 대표가 실천 서약에 서명하고 있다.<사진=한국투자증권>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내세워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최근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이어지면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향후 지속적인 성장성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도 뒤따른다. [편집자주]

캐롯손보는 2019년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한 뒤 지난해 1월 본격 출범했다. 출범 당시 자본금은 850억원 수준으로 한화손해보험(75.1%), SK텔레콤(9.9%), 알토스코리아펀드(9.9%), 현대차(5.1%) 등의 대형 투자자들이 지분 출자했다.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는 “신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디지털 혁신 보험사이지만 출범 초기부터 캐롯만의 빅데이터와 고객 경험 노하우, 상품 경쟁력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술 기반 신규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초기 캐롯손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업황 부진·시장 포화 등으로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가 없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강점을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대신 혁신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퍼마일 특별약관(월정산형)’ 상품에서 2건의 배타적사용권을 받았고 ‘스마트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ON 해외여행보험’에서 새로운 위험담보를 인정받아 각각 6개월과 3개월 등 총 4건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자동차보험 월별 가입자 추이<자료=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자동차보험 월별 가입자 추이<자료=캐롯손해보험>

퍼마일 보험 승승장구…플러그 공급도 정상화

캐롯손보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퍼마일 자동차보험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2월 퍼마일 자동차보험 상품이 출시된 이후 1년 3개월만인 지난 5월 가입자 수 20만명을 넘어섰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연간 보험료를 전액 선납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 달리 차량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후불 정산하는 자동차보험이다. 가입자는 소정의 가입보험료를 납부한 뒤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내면 된다.

해외 유사 자동차보험과 비교할 때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이 같은 성장세는 이례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원조 격인 미국 ‘메트로마일’은 2016년 자동차보험 판매를 개시한 후 지난해까지 5년간 9만2천여 명이 가입했다.

캐롯손보 측은 자동차를 탄만큼만 후불로 결제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특성이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전세계적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인해 수급 차질이 발생했던 캐롯플러그 역시 이달 들어 정상화됐다. 캐롯플러그는 GPS(위성항법장치)를 기반으로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에서 필수적인 기계다.

반도체 수급 난항으로 캐롯플러그 지급이 중단된 기간 사이 캐롯손보는 월 500㎞ 운행을 가정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계기판을 대조해 보험료를 재산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퍼마일 차보험 가입자는 캐롯플러그를 수령하면 월정산형으로 다시 전환된다. 퍼마일멤버스 프로그램 동의 시 평균 주행거리 기준으로 나오는 포인트도 일괄 지급된다.

캐롯손보는 정밀한 운전습관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2세대 캐롯플러그' 출시도 공개했다. 캐롯손보는 차세대 캐롯플러그를 기반으로 고객이 안전운전시 퍼마일멤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포인트 혜택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사이클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이번 캐롯플러그 지급 정상화를 통해 상반기 리스크 해소는 물론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퍼마일자동차보험 신규 고객 유입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 본사<사진=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본사<사진=캐롯손해보험>

빅테크·외국계 보험사 가세…디지털 경쟁 심화

한편, 빅테크 기업과 함께 외국계 기업도 처음으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서면서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은 한국에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본사 승인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디지털 보험 업계에 외국계 회사가 출사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에 법률검토팀을 만들어 디지털 손보사 설립 사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시그나는 한국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약속해왔고 이번 디지털손보사 설립은 그 투자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시그나그룹은 한국 내에서의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고객의 건강, 사회적 기여 및 일자리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카카오페이의 디지털손보사인 카카오손해보험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비 허가를 받으면서 하반기 출범이 유력한 상황이다. 카카오손보는 출범 초기 사업으로 접근이 쉬운 미니보험 위주로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 생활형보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비슷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캐롯손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캐롯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3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저가 위주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탓에 적자행진이 불가피한 것이다. 광고로 인한 초기사업비 지출도 컸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인기는 배우 신민아의 광고 효과가 큰 몫을 했다. 지난해 10월 신민아와의 첫 캠페인 후 올해 상반기 신규 캠페인도 론칭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롯손보가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보니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흑자전환을 위해선 다른 획기적인 상품 출시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롯손보 측은 출범 5년이 되는 2024년까지 당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보험업 등장을 두고 경쟁이 아닌 디지털보험사란 존재 자체를 소비자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카카오나 라이나가 디지털손보 쪽으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단순히 경쟁으로 인식된다기보다 대중에게 디지털 손보를 알리고 시장의 파이를 넓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손보사마다 상품의 강점이 다르고 차별화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각자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