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최근 들어 주변에 보험영업을 하는 설계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취업준비생부터 가정주부, 자영업자까지 나이와 성별도 다양하다.

생명·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년간 보험설계사 수는 1만1천명 이상 급증했다. 손해보험사 설계사는 지난 2월 기준 18만7천160명,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설계사도 11만1천59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생·손보설계사 수가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 실패와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유입 등으로 설계사가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불황에 폐업이 속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설계사 전직·겸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일자리에 비해 설계사란 직업의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설계사가 늘어나는 건 보험사에겐 긍정적이다. 조직이 커지는 동시에 신규계약 체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계약자들에겐 문제가 생긴다. 신규 보험설계사가 업무를 그만두게 되면 해당 설계사가 맺은 계약이 고아계약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고아계약은 보험 계약을 모집한 보험설계사가 이직이나 퇴직 등으로 상품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는 보험을 의미한다.

처음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 경우 통상적으로 가족, 친척 지인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하지만 그 이후엔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3월 차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40.9%,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 56.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각각 2.7%p, 3.4%p 오른 수치다.

보험 관련 민원이 항상 전체 금융 민원의 60%대를 웃도는 것도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에 따른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오는 7월부터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비용부담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될 수 있다. 업계는 특고 종사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나눠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연간 50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업권에 비대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면영업이 여전히 90%에 육박하는 보험업계의 경우 설계사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설계사 수가 당장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고아계약을 줄이고 민원왕이라는 불명예 타이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설계사 조직문화 개선,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을 업계가 같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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