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2팀장
성현 산업2팀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11번가가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쇼핑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며 밝힌 말이다.

11번가는 소셜 벤처기업인 와들에 1억원을 투자한다고 19일 밝혔다. 와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인공지능 쇼핑앱인 소리마켓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 2018년 카이스트의 학부 창업팀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11번가는 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미지 내 텍스트 인식기술(Optical Character Recognition·OCR)과 인공지능(AI)이 결합된 솔루션을 늦어도 올해 하반기 도입할 계획이다.

이 솔루션이 도입되면 시각장애인들이 11번가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이미지 정보는 물론 이미지 속 텍스트까지 소리로 들을 수 있다.

11번가는 또 시각장애인들도 온라인쇼핑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커머스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온 만큼 쇼핑의 즐거움을 더 많은 분들에게 차별없이 전해드릴 수 있도록 11번가가 앞장서서 이뤄 나가겠다”는 말이었다.

장애인이나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에겐 가슴 뭉클한 말이다. 비장애인들이야 요즘 클릭이나 스마트폰 터치 한두번이면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결제는 고사하고 사진으로 된 상품설명을 볼 수 없어 제품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시점에는 더욱 답답해지는 일이다.

반면 장애인들과 소송을 하고 화면낭독기를 도입하라는 법원 판결에도 불복한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롯데닷컴과 SSG닷컴, 이베이코리아다.

이들 3개 회사는 시작장애인 963명이 “온라인쇼핑몰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정보이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시각장애인은 웹사이트에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으면 접근·이용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제약이 따르는데 원고들이 세 업체의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 정보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세 업체가 원고 1명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고 6개월 안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낭독기를 제공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롯데닷컴, SSG닷컴, 이베이코리아는 이 판결에 불복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정보통신이나 의사소통 등에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업체에게도 부과하고 있으나 이들 세 업체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소송을 이어갔다.

장애인을 그저 사회공헌의 대상으로 보기에 내린 결론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 전혀 맞지 않은 시각이다. 심지어 롯데쇼핑, 이마트도 ESG경영을 선포했음에도 구시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A와 물류시설에 수천억원씩 쓰면서도 온라인몰에 화면낭독기 하나 들이는 것은 아까운 모양이다.

100만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과 가족을 고객으로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다. 롯데닷컴, SSG닷컴, 이베이코리아는 ESG경영에서도, 사업적 수완에도 11번가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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